양계 산업에서 병아리의 암수 식별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닭은 계란을 얻을 목적으로 기르느냐, 치킨이나 삼계탕용으로 사육하느냐에 따라 선택되는 성(性)이 다르기 때문이다. 암수를 구별하는 병아리 감별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과학의 발달로 이 분야에서도 깃털 감별법과 기계감별법·부화 전 성감별법 등 암수식별 기술이 개발됐으나 2.25초에 한 마리씩 식별하는 감별사의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1년 은행나무 암수식별법을 개발했다. 1년생 이하의 묘목에서 시료를 채취, DNA를 분석하여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는 열매를 수확할 목적으로 은행나무를 심는 농가에는 암나무 위주로 공급하고, 은행 열매를 기피하는 가로수용으로는 수나무를 식재할 수 있게 한 매우 획기적인 기술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쯤 빗발치는 은행 열매의 악취 민원을 이 기술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식재된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는 어쩔 수가 없다. 전국 가로수 중 30% 이상이 은행나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악취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은행이 익기 전에 털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의 악취는 은행나무가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방어 물질인 비오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비오볼은 은행의 겉껍질에서 분비되는데 직접 접촉할 경우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산림과학원의 은행나무 암수 식별법은 병아리 감별사의 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차츰 은행 열매의 악취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름다운 은행나무 단풍을 감안한 인내가 요구된다.

이하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