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포럼' 종합토론에서 패널들이 K-배터리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K(KOREA)-배터리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기존의 닫힌 '밸류체인(Value Chain)'을 넘어 다수 기업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개방형 '밸류웹(Value Web)'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의 일환으로 열린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포럼'에는 엘앤에프, 세방 등 대구경북 지역 민간기업과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 국립환경과학원 등 지원기관 관계자,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K-배터리의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최영렬 <주>엘앤에프 사업개발팀 파트장은 "2027년쯤 1세대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폐기물을 다루는 능력이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는 기존의 선형적인 '밸류체인'이 아닌, 여러 주체가 시너지를 찾아 연결되는 '밸류 웹'(가치망)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한 것.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포럼'에서 <주>엘앤에프 최영렬 파트장이 '새로운 경쟁의 장, 아레나 씽킹(Arena Thinking)'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최 파트장은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확장형 수직 계열화'를 제안했다. 이는 광산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데이터 표준이나 기술 규약 등 생태계의 규칙을 설계해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 자산을 가볍게 유지하면서도 생태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오케스트레이터'(지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생태계는 기업 간 데이터가 단절돼 규제 대응조차 어려운 '제로(0) 상태'"라고 지적하며 "단순 재활용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확장형 수직 계열화', 즉 밸류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경쟁력은 '최고의 제품'이 아닌 '최강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밸류웹 구축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업계의 구체적인 노력도 소개됐다.
윤일진 세방 전략기획팀장은 "폐배터리 순환경제의 핵심은 물류"라며 안전한 수거·운송·보관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영태 네이쳐이앤티 본부장은 중국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 효율과 고수율 회수 혁신이 필요하다"며 '원샷-원킬-원웨이' 프로젝트 등 3대 전략을 공개했다.
특히 포럼에서는 경제성이 낮아 재활용이 어려웠던 LFP(리튬·인산·철) 폐배터리 문제도 다뤄졌다. 김문성 에코알앤에스 수석연구원은 "화학약품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90% 이상 리튬을 회수하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홍지현 포스텍 부교수는 상온에서 사용 후 양극을 용액에 담그기만 해도 원래 용량을 회복하는 '직접 재생 기술'을 소개해 주목 받았다.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LFP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선 민간 주도만으론 한계가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달리 재활용으로 회수하는 소재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따라서 패널들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 △저비용·친환경 재활용 신기술 개발 △국제 기준에 맞는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정부의 핵심 역할로 꼽았다. 아울러 산업계·학계·정부가 동시에 협력해 기술 개발부터 시장 형성, 재활용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철 포스텍 교수(신소재공학과)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패널 토론은 K-배터리 산업이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 물류, 재활용, R&D(연구개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순환 경제 생태계' 공동 구축이라는 대전환의 기로에 섰음을 분명히 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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