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가장 먼저 나타난 식물은 습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포자로 번식하는 선태식물(이끼류)이다. 그 후 양치식물(고사리류·석송류)이 생겨났다. 양치식물 역시 포자로 번식했으나 건조한 조건에서도 잘 견딜 수 있다는 면에서 선태식물보다 진화한 식물이다. 그러나 양치식물도 포자 번식을 위해서는 여전히 꼬리 달린 정자가 헤엄쳐 이동할 수 있는 습한 조건이 필요했다. 포자식물이 종자식물로 진화한 후에야 비로소 수컷이 수분 없이도 이동하여 수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은행나무는 포자시대의 유물인 헤엄치는 정자가 꽃가루에서 만들어지던 초기 종자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 남은 식물이다.'(「씨앗의 승리」소어 헨슨, 하윤숙 옮김) 이를 증명하듯 은행나무의 정자에는 꼬리가 달려 있으며, 동 시대의 식물들은 멸종돼 화석으로만 남아있다. 은행나무를 화석식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은행나무를 이야기하다 보면 그것이 침엽수냐 활엽수냐 하는 논란이 일기 일쑤다. 종자식물 중에서 좀더 원시적인 겉씨식물은 침엽수이고, 속씨식물은 대개 활엽수다. 은행나무는 위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겉씨식물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식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잎이 넓다. 학계에서는 원래는 침엽이었으나 나중에 붙어서 넓은 잎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침엽·활엽의 기준을 원래의 속성에 두는 측은 침엽수가 맞다 하고, 반대쪽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활엽수라 주장한다.
절정기를 지난 단풍이 공기의 작은 일렁임에도 우수수 떨어진다. 기후변화 때문인 듯 금년의 단풍 색깔은 선명치 않은 느낌이다. 그나마 은행나뭇잎은 노랗게 물이 든 후 떨어져 위로가 된다. 기후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화석식물답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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