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정치의 외면 속에 침몰하는 지역 민생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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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0 06:00  |  발행일 2025-11-19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정치가 국민을 향하지 않는 시대, 불안한 현실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앙정치는 끝없는 대립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으로, 서민으로 전가된다. 지역경제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정치권은 서로의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야말로 동주공제의 지혜가 절실한 순간이다. 같은 배에 타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다면, 결국 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현실을 보자. 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의 산업 구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구미 제조업의 활력 저하는 생활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고, 주력산업의 쇠퇴로 칠곡·성주 등 도내 중소도시의 자영업자들은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인구는 줄고, 기업은 떠난다. 이쯤 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지방 소멸'의 소용돌이다.


하지만 정치의 관심은 지역에서 철저히 벗어나 있다. 국회의 한복판에서는 민생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돼 표류한다. 상생은 실종되고, 상대 정치세력을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다. 국민을 볼 여유도, 지역경제를 살피는 시선도 없다. 누가 어떤 말을 더 자극적으로 쏟아냈는지, 그저 정치 뉴스만 기사화될 뿐이다.


이념과 당리당략에 묶여 서로를 적처럼 대하는 정치권에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은 사치처럼 들릴지 모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국회, 민주주의의 기능을 멈추게 할 뿐. 최소한의 공통된 목표, 최소한의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지방의 위기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경북의 청년 유출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중소기업과 농촌의 인력난은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 지역 균형 발전은 거대담론으로만 소비돼 왔다. 겉으로는 지역을 외치지만, 실제 예산과 정책 결정은 철저히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서민들이다. 지역 언론의 지면마다 "경제가 어렵다", "사람이 떠난다"는 기사들이 반복되지만, 정치권은 귀를 닫는다. 마치 지역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정치는 국민을 향한 봉사이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제발 싸움을 멈추고 일하라는 요청이다. 그 최소한의 요구마저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의 배는 결국 좌초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국민을 돌아보고 민생의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겸허함이 절실하다.


동주공제는 배를 함께 살리자는 의미이며, 구동존이는 다름 속에서 길을 찾자는 제안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정치권이 모를 리 없다. 다만, 실천할 의지가 없을 뿐이다.지금 국정은 퇴행 중이다. 지역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더 이상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로 국민들을 속일 수 없다.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노를 저어야 한다.


정치권에 다시 묻는다.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는가. 상대인가, 국민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버티는 지역의 삶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민생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해야 한다. 그 배에는 우리 모두가 타고 있다. 정치는 지금 당장 국민을 만나는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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