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기술, 예술 그리고 콘텐츠

  •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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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6 06:00  |  발행일 2025-11-25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인공지능(AI) 대전환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07년부터 우리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해온 '트렌드코리아' 2026년판이 던진 화두다. 이 책은 내년 소비트렌드를 규정하는 10대 키워드를 AI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 논리에 기대서 AI의 직접적 작용과 그로 인한 간접적 변화를 한 축으로 하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적이고 본질적 요소의 반작용을 다른 한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AI를 떠나서는 소비생활을 논의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은 셈이다. 나아가 산업과 공적영역에서도 AI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아티언스 2025 커넥팅워크'도 과학과 예술, 인문학의 융합과 학제간 교류 등을 모색하는 행사였는데 주요 내용은 AI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문화와 기술을 접목한 문화기술이 주목받은 것은 2001년이다. 정부가 '국가 6대 핵심기술(6T)'에 포함시키면서 두 분야의 융합이 본격 논의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새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AI(인공지능) 콘텐츠 페스티벌 2025'를 개최한다. AI 기반 콘텐츠의 최신 흐름을 공유하고 산업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행사다. 국내외 AI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 40여 팀이 참여해 전시 체험관, 콘퍼런스, AI 상영관, 크리에이터 미니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처럼 AI가 콘텐츠 산업에 놀랍도록 빠른 영향을 미치는 것은 AI 기술이 K콘텐츠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먼저 콘텐츠 제작비의 절감 효과다. 콘텐츠 업계는 최근 급상승한 제작비 때문에 투자가 줄어들고 제작이 위축되고 늪에 빠져 있었다. 이런 난제를 AI의 기술을 이용해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적은 예산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영화다.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대상작인 '마테오'는 3명의 감독이 두달 동안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 만이 아니라 게임·음악·웹툰 등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도 AI 기술을 접목하거나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장르에서 제작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AI는 K콘텐츠의 해외마케팅에도 큰 도움을 준다. AI의 기술에 힘입어 K콘텐츠는 해외 진출할 때 장벽이었던 언어·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2023년에 133억 달러(19조5천억원)를 기록한 K콘텐츠의 수출도 AI 기술에 힘입어 대폭 늘어날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경북도도 이런 AI 대전환 시대에 걸맞게 지난 19일 발표한 '포스트 APEC 10대사업'에 AI기반 미래 공동체 조성을 강조했다. 주요 내용은 문화관광분야에 AI 기술을 본격 접목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런 낙관과 함께 경계할 것도 적지 않다. AI 기술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의 홍수 속에서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가짜 영상·음성 등 딥페이크가 사회적 혼돈을 일으키고, 저작권 체계에 혼란이 발생하는 등 많은 논란에 대비해야 한다. K-콘텐츠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창작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하는 이유다. 원광연 'G아티언스 커네팅 위크' 조직위원장이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되묻는다"고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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