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철강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던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정책 지원의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경기 둔화와 고비용 구조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약화된 가운데 마련된 법적 기반이란 점에서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작 업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아온 산업용 전기료와 고율 관세 대응이 법안에서 빠지면서 실효성 있는 지원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짙다.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 단위 기본 계획과 연간 실행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하며 여야 합의로 추진된 민생 법안이란 점에서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 정치권은 최근 악화된 업황을 고려할 때 법적 지원체계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모았다.
하지만 전기료와 관세 같은 비용 압박은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다. 산업용 전기료는 철강 제품 원가의 1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로,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며 업계 부담이 급증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kWh당 105원에서 지난해 168원까지 뛰어 37.5% 상승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서는 배출권거래제 강화 시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9.41원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 경우 전체 부담은 연간 3조 원 증가에 달한다.
철강 업계에서는 "법안 자체는 호재이지만 전기료 인상분을 완화할 장치가 빠진 만큼 후속 입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동국제강은 지난해 102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전기료로만 2천998억 원을 지출했다. 포스코의 전기요금 부담은 5천억 원, 현대제철은 1조 원에 달했다. 일부 기업은 심야 전력만 이용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올해 잇달아 설비 가동을 멈춘 바 있다.
대외 통상환경도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미국은 올해 철강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했고, 이에 따라 1~9월 대미 철강 수출은 16% 감소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연간 관세 부담은 약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도 무관세 쿼터를 47%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별도의 재원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스틸법을 대표 발의한 어기구 의원은 지난 19일 '철강산업 특별회계' 신설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K스틸법 시행 이후 대규모 탄소중립 투자와 기술개발 비용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일반회계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반회계가 경기 상황과 정권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반면 특별회계는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는 독립적 재원으로 중장기적 정책 추진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고로 업체와 전기로 업체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지원책 설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기요금과 관세처럼 모든 기업이 공통으로 겪는 부담에 대한 대응만큼은 속도감 있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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