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녹색이 다 가시지 않은 마당의 잔디 위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지난해 심어놓은 어린 목서는 녹화마대를 망토처럼 어깨까지 두르고 있으나 매우 추운 느낌이다.
나무가 뿌리를 통해 수분을 흡수하고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육(生育) 최저온도는 수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온대 지역의 식물은 일반적으로 0~5℃에서 생장이 둔화되고 기온이 더 떨어지면 냉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한대 지역이나 고산지대의 식물은 이보다 더 낮은 기온에서도 생육이 가능하다. 지의류는 -10℃에서도 광합성을 하며 알프스 고산지역에서 자생하는 진달래는 -8℃에서도 생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生存) 최저온도는 식물이 자연적으로 저온에 서서히 순화하면 매우 낮은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믿어진다. 식물이 낮아지는 기온에 적응하면서 생존력을 높이는 것을 저온순화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친 서양측백나무는 -85℃에서도 견딜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 순화된 식물이 -196℃에서 생존하는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온대 지역의 식물은 가을철 기온이 낮아지면서 저온순화가 진행되며 세포막 구조의 변화·단백질 합성·삼투물질 조절 등이 일어난다. 세포막에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높여 유동성을 유지하며, 저온순화 단백질을 합성하여 엽록체가 동해를 입는 것을 억제한다. 또 세포 내에 있는 수분이 세포 밖으로 이동하면서 세포액은 농축돼 빙점이 더 내려가게 된다. 남부수종인 목서가 지난해 겨울을 견딘 것이 저온에 적응을 잘해서인지 지구온난화 덕인지 모르지만 올 겨울도 무탈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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