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현 변호사
친족 간 음주 시비 끝에 발생한 폭행으로 피해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사망과의 형법상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을 단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는 2024년 대구의 한 공사 현장 인근에서 형(40대)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송치된 피의자 A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하고, 상해 혐의만 기소(불구속)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사건은 대구 달서구 진천동 한 공사 현장에서 친족과 직장 동료들이 일을 마친 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발생했다. 친족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A씨는 형을 밀쳐 넘어뜨린 뒤 얼굴과 머리 부위를 폭행했다. 형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수사 초기 경찰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중대하게 보고 A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CTV 영상과 현장 정황, 폭행 직후 사망이라는 시간적 연속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고, 이후 이 사건은 피의자의 주소지 관할에 따라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전면 재검토했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확인됐다. 법의학 전문가는 폭행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검찰은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준의 인과관계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폭행이 없었더라도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개연성'과 '형사책임'은 다르다고 봤다. 폭행이 사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만으론 폭행치사죄에서 요구되는 상당 인과관계와 결과 예견성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는 것. 이에 사망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되, 폭행으로 피해자에게 안면부 외상 등 상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물었다.
이번 결정은 '폭행 뒤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해도, 곧바로 폭행치사 책임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보인다. 수사기관도 초기 판단과 최종 결론이 엇갈렸을 만큼, 사망 원인에 기저질환이 개입된 사건에서 인과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A씨를 변호한 형사전문 천주현 변호사는 "A씨가 폭행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사망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인정되는 건 아니다"며 "폭행치사죄는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 엄격하게 입증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에선 사실 인정과 법률적 책임 판단을 구분해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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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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