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주는 사람들 ‘호스피스 병동 사회복지사’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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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5 17:41  |  수정 2026-01-26 09:09  |  발행일 2026-01-25

<7>호스피스 병동 사회복지사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회복지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회복지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의료진과 함께 원예요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원예요법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의료진과 함께 원예요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원예요법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 한쪽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서로를 응원하거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남긴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 한쪽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서로를 응원하거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남긴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어쩔 수 없이 삶을 남보다 먼저 마무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끝으로 내몰린 이들에게도 당연히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호스피스 병동'은 중요하다. 가까운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잠시나마 그들과 일상을 함께 했다. 의외로 편안함이 느껴졌다.


◆환자 보호자에게도 향하는 '돌봄'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20여명 의료진 근무). 26개 병상을 갖춘 이곳엔 환자 22명이 입원해 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박정은(여·38)씨 한 명. 박씨는 출근하자마자 입·퇴원 현황과 임종 사례를 확인했다. 이후 각병동을 돌며 밤사이 환자 상태 변화유무를 꼼꼼히 살폈다.


오전 10시가 되자,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도착했다. 환자 머리를 감기거나 발 마사지를 하고, 이발과 면도를 돕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박씨는 어느 환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자원봉사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병원 내 프로그램실. 박씨의 '돌봄'은 호스피스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실에선 환자 보호자를 위한 꽃꽂이 교실 수업이 열렸다. 취재진도 화분과 가위 등 준비물을 챙긴 뒤 병실을 돌며 수업 시작을 알렸다. 박씨는 "보호자들 대부분이 환자 곁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잠시나마 활력을 준다는 분들이 적잖다"고 했다.


오후엔 건강 기록과 상담이 주를 이뤘다. 호스피스는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기에 관련 행정업무가 필수다. 박씨는 "환자들 대다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긴 대화를 하긴 어렵다. 상담은 주로 보호자와 더 많이 진행하는 편"이라며 "입원 초기 임종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는지, 환자와 가족 심리 상태도 살핀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고 했다.


◆죽음을 잘 받아들이도록 돕는 일


호스피스 병동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환자가 머무는 곳이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만성간경화, 만성호흡부전 등을 앓는 말기 환자들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환자들과 보호자 모두 처음부터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가족들이 환자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 곳에선 가족들이 환자가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서서히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박씨는 "말기암 환자들은 예고 없이 상태가 급변할 수 있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며 "가족에게 꼭 하고픈 말은 무엇인지,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를 물어본다"고 했다. 물론, 마지막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전한다.


직업 특성상, 죽음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지만, 환자와의 이별은 11년차 호스피스 병동담당 사회복지사 박씨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그가 바라는 점은 딱 한가지다. 호스피스 이용문턱이 조금이라도 더 낮아지는 것.


박씨는 "진단이 늦어져 임종기에 임박해서야 이곳을 찾은 이들이 많다"며 "조금만 더 이른 시기에 온다면 증상과 통증을 조절하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다가 결국 호스피스로 오게 되는 상황에 마음 아파한 것이다. 기자도 상당수 환자와 가족들이 호스피스 병동이 사실상 '임종 대기실'로 많이 활용되는 현실이 아파게 다가왔다. 대구에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중인 병원 총 8곳 뿐이다. 병동을 나서면서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호스피스 병동이 인프라가 많이 확충돼 더 많은 이들이 안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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