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기획 - 보수를 향한 대구의 정치심리학 下] 보수 집결 심리학의 결론은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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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31 17:53  |  발행일 2026-05-31
대구의 새 인물론은 보수 이탈의 신호라기보다, 보수정당을 향한 경고
학계 새 인물론은 테두리 안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내부 혁신 요구로 봐야
정치“평론가 지역민들은 현재의 보수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시장을 찾아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북갑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시민들과 인사한 뒤 부산 방문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시장을 찾아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북갑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시민들과 인사한 뒤 부산 방문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의 새 인물론은 보수 이탈의 신호라기보다, 보수정당을 향한 경고에 가깝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변화는 보수정당을 떠나는 변화가 아니라, 보수정당 안에서 더 유능하고 실용적이며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찾는 변화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영남일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대구 정치의 보수 결집 심리와 지역민의 변화 욕구, 그리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새 인물론'의 한계를 살펴봤다. <상>편에서 대구 보수 결집의 심리적 배경을 짚었다면, <중>편에서는 지역 정치권을 향한 변화 요구와 새 인물론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하>편의 결론은 이 두 흐름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구 유권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 변화를 대체로 보수정당 바깥이 아니라 보수정당 안에서 찾아왔다. 새 인물론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탈보수나 정당 교체 요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학계는 대구의 새 인물론은 보수정당이 과거의 압도적 지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정치의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 변화 욕구, 그러나 탈보수로만 흐르지 않았다


대구 정치사에는 보수 아성을 흔든 예외적 선택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홍의락 전 의원이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구갑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홍 전 의원도 같은 선거 대구 북구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사람의 당선은 대구 12개 선거구에서 보수정당 '싹쓸이' 구도가 깨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이 사례는 대구 유권자가 반드시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물 경쟁력, 지역 밀착성, 장기 도전, 유권자와의 신뢰가 결합하면 보수 텃밭에서도 기존 질서를 흔드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대구 전체의 탈보수 흐름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김부겸·홍의락 사례는 특정 인물의 경쟁력, 특정 지역구의 정치 환경, 당시 선거 국면이 맞물린 예외적 성공에 가까웠다. 변화 욕구는 확인됐지만, 그것이 대구 전반의 정당 지형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민주당에선 이를 당 차원의 문제라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내 국회의원은 "지역민들의 변화 요구는 우리도 알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대구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당이 대구를 공략하려면 미리 사람을 키우고 투자를 해야 선거에서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대구에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 보수 내부 심판으로 나타난 새 인물론


대구 유권자의 변화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의 '친박연대·친박 무소속' 돌풍이다.


당시 대구에서는 친박연대 소속 홍사덕·박종근·조원진 후보와 친박 무소속 이해봉 후보 등이 당선되며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 일변도 정치 질서에 균열을 냈다. 보수정당 내부의 공천 갈등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역적 지지가 결합하면서, TK(대구경북) 민심은 기존 보수정당에 대한 불만을 '탈보수'가 아니라 '보수 내부 심판'으로 표출했다.


이 사례는 TK 유권자가 기존 정치 질서에 불만을 가질 때 곧바로 진보·개혁 정당으로 이동하기보다, 보수 진영 안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 인물론이나 변화 요구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비보수에 대한 선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대구의 새 인물론은 '보수냐 아니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때로는 보수정당 밖의 인물을 선택했고, 때로는 보수정당 안의 다른 세력에 힘을 실었다. 공통점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 지역민들은 결국 행동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그 변화 욕구는 대체로 보수정당을 이탈하는 것이 아닌 보수 내부의 교체와 책임 요구로 수렴해 왔다.


◆ 보수 정체성 포기 아닌 내부 혁신 요구


학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탈보수'보다 '보수 내부 혁신 요구'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념적 이탈이라기보다 기존 리더십 교체를 원하는 실용적 열망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대겸 계명대 교수(심리학과)는 "대구에서 나타나는 새 인물론은 보수라는 정체성 자체를 버리겠다는 의미라기보다,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내부 혁신 요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구 유권자들이 공유해 온 '보수'의 의미가 과거의 방어적 정체성에 머물지 않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실용적 성과를 내는 유능함으로 재구성되기를 바라는 흐름이 있다"며 "지역민들의 오랜 지지와 헌신이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정치적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구는 오랫동안 보수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지역이다. 그만큼 보수정당도 대구 발전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지역 유권자들이 반복적으로 보수 후보를 선택했다면, 그 선택은 단순한 충성심만이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라"는 강한 요구로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관건은 보수 결집 여부가 아니라 '어떤 보수냐'


지역에서는 새 인물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선거에서 변화 요구가 제기됐더라도 실제 투표 단계에서는 정당 충성도와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강하게 작동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지자체장에 출마한 한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에서 새 인물론은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실제 투표장에서는 보수가 다시 집결하게 된다"며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초창기에는 보수층에서도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실제로 많았지만, 2주 전부터 분위기가 변했다. 유권자들이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결집이 곧 변화 욕구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구 정치의 특징은 변화 요구가 보수정당 바깥으로 이탈하기보다, 보수정당 내부의 인물 교체나 리더십 교체 요구로 흡수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관전 포인트도 단순히 보수 결집이 다시 이뤄질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보수'가 대구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정치평론가는 "대구의 새 인물론은 보수정당을 버리겠다는 흐름이라기보다, 보수정당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가깝다"며 "유권자들이 여전히 보수정당에 익숙하더라도, 그 지지가 계속 무조건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지역민들은 현재의 보수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세대교체 등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보수를 보여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대구의 보수 결집은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보수정당에 더 큰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은 대구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던지는 질문은 '누가 더 보수적인가'가 아니라, '누가 대구를 바꿀 수 있는 보수인가'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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