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모 에티오피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아프리카의 오랜 맹주이자 자원 부국인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다. 6·25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데 피를 흘린 형제국이어서다. 이같은 '혈맹' 에티오피아가 이제는 단순한 외교 관계를 넘어 새로운 경제 동반자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데시 달케 두카모(Dessie Dalkie Dukamo)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가 있다. 두카모 대사는 단순한 외교관을 넘어선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2015년 에티오피아 남부민족국가연합주(SNNPR) 주지사 시절 직접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를 찾아 새마을연수에 참여한 이래, 약 13년간 한국의 발전 경험을 자국에 접목하기 위해 애써왔다.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부 장관을 거쳐 2022년부터 주한 특명전권대사로 재임 중이며, 올해 2월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남대로부터 명예 국제개발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대구·경북은 단순한 출장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남대를 "제2의 집"이라 부를 만큼 지역 내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지난 2월에는 대구에서 한·에티오피아 경제협력 포럼을 직접 주최했다.
그는 최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관계를 이제 역사적 우정에서 경제 동반자로 발전시킬 때"라며 "에티오피아 시장은 우리의 혈맹 형제인 한국인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일보는 60년이 넘은 외교사를 넘어 새로운 경제 동반자 시대를 모색 중인 한·에티오피아 관계,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대구·경북의 역할을 짚어보기 위해 두카모 대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통역은 라히지 샤얀(Shayan F. Lahiji) 박사가 담당했다.
두카모 에티오피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에티오피아 양국 관계가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보는가.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매우 특별한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강뉴(Kagnew) 부대를 통해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독립 아프리카 국가가 바로 에티오피아였다. 한국이 그 헌신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기리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제는 이 역사적 관계를 경제적 관계로 한 단계 발전시킬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좋아하게 된 음식이나 즐겨 찾는 장소가 있다면.
"한국에서 지낸 지난 시간 동안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사랑하게 됐다.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를 좋아하고, 한국 전통 차 문화도 매우 즐긴다. 그중에서도 대구 팔공산 인근의 향토 음식과 그곳 분위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는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같은 고궁과 전통 명소를 즐겨 찾는다. 한국의 전통적 정체성이 잘 보존돼 있으면서도 현대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대구·경북을 찾을 때마다 어떤 인상을 받는가.
"대구와 경북을 방문할 때마다 이 지역의 강한 공동체 정신과 산업적 활력, 그리고 풍부한 문화·역사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대구·경북은 한국의 역사적 뿌리이자 혁신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인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에게서 따뜻한 환대와 우정을 받아왔다. 특히 영남대는 저에게 집과 같은 곳이며, 그곳에는 훌륭한 친구이자 형제들이 있다. 최근 영남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과 한·에티오피아 경제협력 포럼 등 여러 방문을 거치며, 이 지역이 한·에티오피아 협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굳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근면 정신과 그것이 일궈낸 발전이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놀라운 성장 서사에 여러 면에서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대구·경북의 경험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영남대를 거쳐간 에티오피아 인재들이 자국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에티오피아 리더급 인사들이 과정을 졸업했고, 현재도 2명이 공부 중이다. 이들은 한국의 발전 경험과 정책 결정 노하우를 배워 본국으로 돌아간 뒤 농업 정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반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에티오피아 내에 별도의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해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더 많은 공직자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이 워낙 발전된 나라이기에, 영남대에서 배운 것을 에티오피아의 실제 발전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의 에티오피아 투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티오피 시장의 매력을 설명한다면.
"1억 3천만 인구의 내수 시장 자체로도 거대한 규모다. 그러나 그 너머가 더 중요하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이자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에티오피아 시장에 진출하면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특히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한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장이 지금 바로 에티오피아다."
▶한국 기업이 에티오피아 진출을 검토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생각하는 것 만큼 진출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 시장은 한국 기업에 활짝 열려 있다. 다만 규제 이슈를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티오피아에는 '투자위원회'가 있어 외국 기업의 규제 검토부터 어떤 기회와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지까지 세밀하게 안내하고 있다. 세금 및 관세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마련돼 있는 만큼 사전 검토가 핵심이다.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도 한국 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두카모 에티오피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의 ODA(공적개발원조) 협력도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안다. 주요 ODA 협력 분야와 향후 비전은.
"에티오피아의 인프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이라면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국의 딥테크 엑셀레이터(SYP)와 함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리튬을 비롯한 전략 광물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 정책에 있어, 에티오피아가 최적의 전략적 전진기지이자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양국의 인프라 및 기술 협력이 ODA를 넘어 미래 첨단 산업의 동반자 관계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에티오피아 시장은 우리의 혈맹 형제인 한국인들에게 열려 있고 또 준비되어 있다. 그동안 양국 관계가 역사적 유대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경제적 파트너십으로 도약할 시기다. 1억 3천만 인구의 내수 시장에 더해,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이자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시장에 진출하면 인근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중동과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프라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도 한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 나아가 모든 한국 기업이 이 좋은 시점을 놓치지 말고 에티오피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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