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인사를 찾아서] 울진 출신 최재영 '정경뉴스' 회장 "울진 사랑 담은 노래로 전국 1200만 은빛 청춘에 희망 전하고 싶어"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가수로 데뷔한 최재영 정경뉴스 회장은 "노인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울진 출신의 최재영 '정경뉴스' 회장(바른언론인협회 이사장)은 지인들 사이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신아일보, 경향신문, 세계일보 등 30년간 언론에 몸담으며 청춘을 불태웠다. 2000년 4월, 정치·경제를 양대 축으로 한 시사잡지 '정경뉴스'를 창간해 올해 25주년 기념호를 발행했다. 이 뿐 아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직접 작사한 데뷔 음반을 만들어 은빛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최 회장은 "되돌아보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이었다. '직필은 사람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곡필은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는다'는 말을 새기며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최근엔 청년시절 꿈꾸던 가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전국 1천200만 노인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88올림픽·北총리 南방문 특종 이어'정경뉴스' 창간 등 50여년 언론인 삶 '한국언론 100년사' 발간 주도 뿌듯 팔순 접어든 지금도 애틋한 고향사랑 팬데믹 때 가수 데뷔 잇단 싱글앨범 복지관 등서 공연 초청콜도 이어져◆웨이터로 위장 잠입 '열혈기자'기자시절 그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일화는 지금도 언론인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경향신문 기자로 있던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단독 특종을 했다. 개막식 때 스카이다이버들이 5대륙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하늘에 수놓은 '인간 오륜마크' 장면을 취재해 보도한 것. 당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며 전 세계 언론들이 받아서 썼다.1990년 북한 연형묵 총리의 남한 방문을 취재한 과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미진진하다. 당시 서울을 찾은 연 총리와 기자들의 만남은 철저히 통제됐다. 호텔에서도 외부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가운데 삼엄하게 일정이 치러졌는데, 이 때 그는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의 옷을 빌려입고 몰래 현장에 잠입했다. 이날 연 총리가 쓴 '통일염원' 문구를 사진과 함께 특종보도해 신문사 내에서 스타가 됐다.최 회장이 지난 언론활동에서 꼽는 가장 가슴 뿌듯한 일은 무엇일까."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사명을 갖고 정말 많은 일을 벌였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는다면 광복 60주년을 맞아 언론학자와 주요 언론사 발행인 등 전문가 100명과 함께 '한국언론 100년사' 발간을 주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민간차원에서 엄중한 역사인식과 책임의식을 안고 한국 언론 120년의 대실록을 3천500페이지에 걸쳐 방대하게 만들었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50여년 현장 지켜온 언론인그가 대표로 있는 '정경뉴스'는 정치와 경제를 축으로 하는 시사잡지다. 신아일보, 경향신문, 세계일보를 거쳐온 그가 1999년 창간했다. '정치와 경제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모토로 발간했으며, 성역없이 비판하고, 부패한 권력을 감시하며, 민생을 위한 올바른 정책 대안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정경뉴스는 한국바른언론인협회와 공동으로 가짜 뉴스 타파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바른언론인대상' 등 각종 시상식도 개최한다. 그 결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 2회,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우수 잡지 및 우수콘텐츠 잡지 등에 선정됐다.'정경뉴스'는 창간 당시엔 월간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의 물결에 밀려 비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인터넷 정경뉴스, 코리아포커스, 한국·베트남 타임즈, 비욘드 포스트 등 자매지들을 갖추며 번성했던 정경미디어그룹도 전성기 시절만 못하다.50여년 현장을 지켜온 그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는 어떠할까."해방 이후 80년간 한국사회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자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급히 극복해야 할 병폐는 '이념 갈등'이에요. 대한민국 국민이 피로 쓴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지 못했다면 12·3 비상계엄 같은 국가 위기가 닥쳤을 때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에요. 20년 후 대한민국이 광복 100주년을 맞이할 때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 선진국으로 완전히 자리잡기를 바랄 뿐입니다"◆젊은이들 떠난 고향마을 소멸 위기고향 울진의 앞바다는 팔순에 접어든 지금도 가슴 속에서 시퍼렇게 출렁이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고향 울진군 기성면 사동리는 푸른 동해안과 관동팔경이 어우러져 수려한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최 회장은 "고향에서 보낸 어린시절은 가난했지만 행복한 날들"이라고 소개했다. 붉게 타오르던 동해안 일출을 보면서 희망찬 내일을 꿈꾸던 일, 친구들과 백암온천·덕구온천·성류굴 등을 다니며 깔깔 거리던 일, 통통배를 타고 오징어잡이에 나서 만선으로 돌아오던 것 등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하지만 고향 울진은 이제 젊은이들이 떠나고, 인구절벽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1970년에 560만이던 서울 인구는 1990년대에 1천만을 넘었고, 현재 유동 인구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몰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했지만 여전히 지방을 '시골'로 인식하며 서울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그는 고사직전에 처한 지방이 다시 살아나고, 선순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울진은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대한민국의 숨통과 같은 곳"이라며, "국가산단 유치로 기업투자 및 고용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좋은 정책과 정부 차원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지금보다 내일이 더 발전된 고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향사랑 듬뿍 실은 싱글앨범코로나 팬데믹 때 사회 전체가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침체 되었을 때 최 회장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 희망을 잃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겠다며 나섰다.'잠깐만' '다 함께 차차차' '찬찬찬'을 만든 작곡가 이호섭, 국민가수 설운도, 전 KBS 관현악단 송태호 단장 등이 참여해 그의 첫 데뷔음반 '희망의 노래'를 만들었다. 꺾어지르는 창법이 두드러진 데뷔곡은 유튜브를 통해 서서히 입소문이 나더니 멜론 차트에 진입했다. 요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복지관 등에서 공연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저작권 수익까지 챙기는 엄연한 가수가 된 그는 최근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싱글앨범을 추가로 발매했다."어린시절에 친구들과 놀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직접 가사를 써 '울진항 연가'를 만들었어요. 미국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작곡가로 활동 중인 아들이 뮤직비디오 제작도 도와줬는데, 은근 반응이 좋아 신바람 납니다. 노인들에게 노래로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요."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