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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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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관종'의 삶 훔쳐보던 공인중개사, 살인사건에 휘말리다
공인중개사 구정태. 싹싹한 미소가 명품인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의 집에 들어가 몰래 훔쳐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SNS 인플루언서인 '한소라'다.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삶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한소라의 삶을 엿본 지 153일 되던 날,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구정태가 발견한 것은 소파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던 것. 로맨틱 코미디 같던 영화는 어느새 범죄 스릴러로 태세를 전환한다.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협박이 시작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수사망은 촘촘히 좁혀진다. 구정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는 먼저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 탐색에 들어가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나 인물은 낯설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 멀쩡한 얼굴로 몰래 누군가를 훔쳐보는 남자와 그럴싸한 거짓말로 대중들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가 그렇다. 둘은 전혀 다른 이질적 인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닮아 있다. 김세휘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음흉한 데가 있고, 끊임없이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비호감적인 캐릭터들이다. 절대 옹호하거나 미화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 되면서 관종, 염탐, 관음 같은 개념들이 부작용처럼 등장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실존적 현상이 된 것"이라며, "관객들이 캐릭터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볼 텐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비중 있게 할애한 남녀 주인공의 내레이션이다. 정태는 관객에게 말을 거는 직접적 방식을, 한소라는 스스로에게 독백하는 형식을 썼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정태는 밖으로 향하는 인물이고, 반면 한소라는 안으로 향하는 인물이기에 내레이션을 다르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남의 삶을 몰래 엿보는 남자와 거짓말로 대중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녀가 죽었다'.
[개봉작] 미지수
감독:이돈구 출연:권잎새·반시온 장르:멜로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삶의 궤도에서 이탈한 다섯 인물들의 미지의 슬픔과 시간을 그린 영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지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절망적인 '우주', 우주선 발사뉴스에 집착하는 '기완', 비가 오면 발작하는 남편 때문에 괴로운 '인선' 등의 사연이 그려진다.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스턴트맨
감독:데이빗 레이치 출연:라이언 고슬링·에밀리 블런트 장르:코미디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스턴트맨 콜트는 잠수 이별을 택하고 후회뿐인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영화감독이 된 전 여자친구 조디의 촬영장에 복귀하며 아련한 재회를 기대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갑자기 주연배우가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차이콥스키의 아내
감독:키릴 세레브렌니코프 출연:일리오나 미하일로바 외 장르:멜로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아내 안토니나의 파격적 사랑을 그렸다. 5회 연속 칸영화제에 진출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차이콥스키 부부의 광기 어린 사랑과 열정을 유려한 화면에 펼쳐놓았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쇼생크 탈출
감독:프랭크 다라본트 출연:팀 로빈스·모건 프리먼 장르: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95년 개봉 이후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콘텐츠 커뮤니티 '키노라이츠'에서 한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20세기 영화'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내 살해의 누명을 쓴 앤디가 쇼생크 감옥에 갇혀서도 존엄을 잃지 않고 지낸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을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보여준다. 8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다큐영화 '청년 동호' 만들어 언론사 최초로 칸 영화제 갑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발간되는 국제신문이 창간 77주년을 맞아 기획한 다큐멘터리 '청년 동호'가 제77회 칸 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공식 초청받았다. 한국의 언론사가 만든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첫 사례다. 장세훈 국제신문 디지털부문장은 '청년 동호'가 세상에 나오도록 이끈 총괄 사령탑이다. 제작진을 섭외하고, 기업의 후원을 모으고, 홍보 포인트를 모색하는 등 영화제작 전반에 손길을 미쳤다. 국제신문이 영화에 눈돌린 것은 대략 2020년이다. 당시 신문사에선 젊은이들의 탈부산현상을 취재한 '청년졸업에세이'가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좋은 기사를 다큐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편집국 내에서 모아졌다. 첫 다큐영화로 자신감을 얻은 신문사는 이후 형제복지원 인권 사각지대를 다룬 다큐를 만들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성과를 올렸다. 또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향수를 가진 추억의 자이언츠 팀을 그린 '죽어도 자이언츠'를 만들어 롯데시네마 배급망을 이용해 전국상영에 들어가는 등 또 한번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번에 나온 '청년 동호'는 국제신문이 만든 4번째 작품이에요. 제작회의 과정에서 칸 진출에 대한 의견이 나와서 추진했는데, 놀랍게도 이뤄졌죠. 발표 전날에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만큼 간절한 맘으로 기다렸죠. 저희 제작팀은 물론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두에게 큰 선물인 것 같아요."김량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조명했다. 경기도 광주의 자택과 부산 영화의 전당, 칸 영화제 현장 등을 찾아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영화철학 등을 담았다. 임권택·이창동·신수원·이정향·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았다. 배우 예지원은 나레이션으로 김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증언했다."저희 신문사가 처음 영화에 눈돌린 배경에는 신문산업의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를 고민했지요.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장점인 좋은 기사를 다큐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모아졌지요. 일종의 혁신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장 부문장은 벌써 또 다른 작품으로 시청자를 찾아올 계획에 부풀어 있었다. 현재 웹 드라마 한 편이 제작을 마치고, 내부 시사회를 거쳐 OTT 방영을 협의 중이다. 또 올해 다큐영화를 한 편 더 만들기 위해 기획중이다. "끊임없는 개혁의 시도라고 할 것입니다. 저희는 일찌감치 콘텐츠 기업으로 갈 것이냐, 플랫폼 기업으로 갈 것이냐를 고민했고, 콘텐츠 기업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중인데 결국엔 콘텐츠가 우리나라 언론의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국제신문이 만든 다큐영화 '청년 동호'가 오는 14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느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초청받았다. 국제신문 영상팀을 총괄하는 장세훈 디지털부문장.
'영화보고 기부하고' 영화계에 커지는 선한 영향력
영화계에서 선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천만관객을 모은 배우의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독립영화 후원에 나서는가 하면 성폭력에 노출된 아동돕기, 유기견 구출하기, 독거노인 초청 등 다양한 이슈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삭막한 사회에 숨통을 틔워주는 한줄기 바람이 되고 있다. 영화계의 선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늘어날지 관심이다. ◇천만배우 팬의 독립영화 후원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파묘'는 1천186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넘어 동남아, 멀리 미주와 유럽까지 이어지며 파죽지세의 인기를 모으는 '파묘' 인기의 비결 중에는 극중 무당으로 분해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김고은이 있다. 주술에 취한 얼굴로 칼춤을 추는 대살굿 장면은 벌써부터 '올해의 명장면'으로 꼽히며 화제가 되고 있다. 김고은 배우의 팬들은 최근 데뷔 12주년과 천만 돌파를 축하하며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 나눔자리 후원을 했다. 2007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는 200만원 이상 후원시 상영관 좌석에 이름을 새겨주는 후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는 이날 팬들의 후원에 따라 상영관 K10석에 '배우 김고은' 명패를 새기고, 단편영화 '영아' 특별상영을 했다. 인디스페이스 관계자는 "나눔자리 후원은 관객, 감독, 배우, 각종 영화단체 등의 관심과 애정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후원방법이다. 독립영화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영화인과 관객의 행보가 독립영화의 듬직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기견·독거노인 돕기 상영회윤여정·유해진 주연의 '도그데이즈'는 지난 2월 개봉당시 '유기견 기부 상영회'로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유기견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만큼 '유기견 기부 상영회'로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관람하면 티켓 가격의 일부가 누적되어 동물자유연대 유기견 센터에 기부되도록 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따뜻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물론 구조된 동물의 치료와 보호, 입양사업을 펼치는 기부활동에 동참할 수 있어 의미를 더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소풍'은 나문희·김영옥·박근형 등 시니어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무려 34만명을 동원하며,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60년 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우연히 첫사랑과 재회하며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영화는 '미담 제조기'로 불리는 임영웅이 영화 OST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임영웅은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미담을 만들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자작곡 '모래 알갱이' 의 음원 수익 전액을 공식팬클럽인 '영웅시대' 이름으로 부산연탄은행에 기부했다. 이에 부산연탄은행은 독거노인 100명과 함께하는 '독거노인 초청 시사회' 개최로 화답하면서 나눔의 선순환을 했다. 이밖에도 아동 인신매매, 성매매의 실상을 폭로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QR코드를 활용한 기부방식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는 상영후 스크린에 띄워진 QR코드를 통해 후원을 하도록 했다. 한사람당 최대 티켓 10장, 15만원까지 가능한 후원금은 영화를 보고싶은 누군가의 무료관람을 위해 쓰여졌다.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내려받은 뒤 예매하면 별도의 추가비용을 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김고은 배우의 팬들은 최근 국내 최초의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에 좌석후원을 했다. 인디스페이스 상영관 좌석에 새긴 '배우 김고은' 명패. 김고은 배우. 유기견을 중요하게 다룬 영화 '도그데이즈'는 '유기견 기부 상영회'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나문희·김영옥 등 시니어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 '소풍'은 손익분기점 27만을 넘어 최종 34만명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독거노인 돕기 시사회' 등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나문희·김영옥 등 시니어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 '소풍'은 '독거노인 돕기 시사회' 등을 개최해 반향을 일으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산파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 영화인생 그린 다큐멘터리 '칸 영화제' 간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만들고, 오늘의 모습으로까지 키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부산지역에서 발간되는 국제신문은 창간 77주년을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가 제77회 칸 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의 언론사가 만든 작품이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은 첫 사례다. 김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영화도시 부산'의 상징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김 전 집행위원장의 삶을 조명한다. 부산 영화의 전당, 칸 영화제 현장, 부산항 등 김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과 관련이 깊은 곳을 찾아 그의 소회를 담고, 경기도 광주 자택 서재에서 영화인과 주민을 초청해 영화를 함께 보는 에피소드 등을 소개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예술계 인사들이 김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증언하고 있어 흥미롭다. 임권택·이창동·신수원·이정향·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인성, 연극인 박정자 등이 김 전 집행위원장과 함께한 날들을 이야기한다. 배우 예지원은 나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이번에 초청된 '칸 클래식 섹션'은 뜻깊은 영화 유산을 기리고자 과거의 명작이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고전 명작의 복원 필름을 상영할 뿐 아니라 영화사에서 중요한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그동안 마이클 더글라스(2023), 장 뤽 고다르(2023), 로미 슈나이더(2022), 제인 캠피온(2022), 루이스 뷔누엘(2021), 이브 몽땅(2021) 등 저명하고 비중이 큰 영화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역대 칸 클래식 섹션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정창화) '열녀문'(신상옥) '연산군'(신상옥) '하녀'(김기영) 등 4편이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다음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는다. 그는 2010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으로 공식 초청된 바 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나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칸영화제에 공식 상영하게 돼 뭐라 말할 수 없는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나에 관한 공적·사적 생활들이 알려져 좀 계면쩍기도 하다. 김량 감독과 인터뷰에 응해준 많은 영화인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국제신문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칸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강렬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독창성 면에서 시각적 힘이 돋보인다. 훌륭한 촬영과 효과적이고 명확한 편집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신문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년졸업에세이'를 2020년 제작한 것을 비롯해 부마항쟁을 다룬 '10월의 이름들', 불멸의 투수 최동원과 롯데자이언츠 팬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죽어도 자이언츠' 등 매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동호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청년, 동호'
글로벌 1위 '동조자' 박찬욱 "영화에선 표현못한 인물들 시리즈로는 가능했죠"
박찬욱 감독의 새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로 등극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의 HBO, 15일 한국의 쿠팡플레이를 통해 첫 회가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The Sympathizer)'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덴마크, 핀란드 등 총 20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수상 이후 처음 연출을 맡았다는 이유로 개봉 전 후 이목이 집중되더니 공개 2주차 만에 빠른 속도로 정상에 올라선 것. '동조자'는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복잡한 출생의 사연을 가진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화려한 미장센과 다양한 복선, 섬세한 심리묘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베트남계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혼란과 내적 갈등이 중심이다. '동조자'는 총 7부작으로 구성됐지만, 박 감독은 초반 3부작만 연출을 맡았다. 이처럼 한 작품의 연출을 여러명이 나눠서 하는 작업방식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해외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또 '어벤저스' '아이언맨' 등으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을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팬들이 '로다주'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한국과 친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다. '동조자' 연출을 한 박 감독을 만나보았다. ▶TV 시리즈 작품을 연출한 소감은?"시리즈의 매력은 극장용 영화와 달리 많은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정리하지 않고 그들의 매력과 개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극중에 한 사람이 1인 4역을 하는 장면이 있다?"원작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어떻게 각색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초창기였다. 교수, CIA 요원, 하원 의원 등 각각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백인 남성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깨달은 것은 결국 4명의 인물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4개의 얼굴이면서 결국은 하나의 존재라는 것이었다. 이 점을 시청자들이 단박에 알게 하고 싶었기에 만들어진 장면이다. 그리고 촬영과정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났는데 자신이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웃음)▶1인4역을 소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해서 말한다면?"이 역할에 맞는 백인남성, 중년배우가 누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한명 한명은 조연이지만 4명을 다 합치면 스크린 타임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제작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다 구별되게 표현하는 개성강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텐데 모두가 한 사람의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로다주는 TV시리즈물을 한적도 없고, 워낙 슈퍼스타인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섭외를 생략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일단 메시지를 띄워보았는데 아주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신나게 작업을 시작했다."▶연출자로서 원작 소설과 달리 부각한 부분이 있다면?"이 작품은 대위가 어딘가에 갇혀서, 강압에 의해서 자술서를 강요당하는 기본 세팅이 있다. 그 상황을 따라 가면서 중간중간에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를 개입시키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했다. 원작 소설과 다르게 가장 부각시킨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였다. 상황이 갖고 있는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인물을 최대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이상한 상황, 불쌍하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한 상황에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씁쓸한 욕망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미국 HBO와 만든 시리즈 '동조자'로 OTT 1위에 오른 박찬욱 감독.
이번엔 온라인 불법 도박판이다…3연속 천만 관객 도전하는 마동석
.영화 '범죄도시'는 2017년 10월 3일 국내서 첫 개봉했다. 서울 구로구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조선족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렸다. 마동석, 윤계상, 최귀화 등의 과감한 액션과 획기적인 스토리 전개로 영화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범죄도시'는 범죄, 액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리즈물로 자리잡았다. 1편이 나온지 5년만인 2022년 개봉한 '범죄도시2'는 코로나 이후 첫 천만관객의 왕관을 썼다.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찾아 나선 괴물형사 마석도와 전일만 수사반장의 이야기였다. '범죄도시'는 1천68만명을 동원한 시리즈 3편에 이어 4편으로 또 한번 천만관객에 도전한다. 24일 개봉한 4편은 공개 하루전날까지 예매량 59만장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역대 최고 예매량을 기록했다. '범죄도시 4'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과 벌이는 마석도 형사의 한판 승부다. 1, 2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장이수'(박지환)가 범죄 소탕 작전에 합류해 코믹한 재미를 선사한다. '범죄도시' 시리즈 흥행의 중심에는 배우 마동석이 있다. 그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물론 기획, 제작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마동석은 "영화 '범죄도시'는 내 뼈와 살, 영혼을 갈아 만든 작품"이라며, "새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변주"라고 밝혔다. 마동석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 만들지도 않았다. 1~3편에 나오는 복싱을 모두 섞어서 연기했다. 4편은 드라마 자체가 묵직해서 잔기술은 빼고, 직접적인 큰 타격 위주로 세팅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범죄도시 2'는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와 협업해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갔다. 마동석의 직접 출연과 현지 배우의 출연을 놓고 고민한 끝에 마동석은 배우가 아닌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8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시리즈 2편, 3편이 각각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4편으로 또 한번 천만에 도전하는 '범죄도시 4'.
나쁜놈들 물어뜯는 아날로그 형사들 온다.…한국형 범죄드라마 '수사반장' 19일 첫 방송
한국형 범죄 수사물의 교과서격인 '수사반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중년 이상 한국인이라면 어린시절에 한번쯤 우상으로 뽑았을 '종남서 4인방'의 활약을 다시 한 번 안방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 MBC가 19일 첫 선을 보이는 '수사반장 1958'은 원조 드라마 보다 시기를 조금 앞당겨 1958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리퀄 드라마다. 원조 '수사반장'은 1971년 3월 6일에 첫선을 보여 1984년 10월 18일까지 방영했다. 이후 '수사반장'은 후속작의 부진과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성원에 힘입어 1985년 5월 2일에 부활해 1989년 10월 12일까지 한차례 더 방송됐다.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에서도 함께 방영되는 '수사반장 1958'은 불법과 야만이 판을 치는 시대를 배경으로 소도둑 검거 전문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부패 권력을 정조준하는 이야기다. 심장을 졸이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상에 만연한 비상식을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종남서 4인방의 모습을 통쾌한 액션과 거침없는 대사로 만날 수 있다.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 서호정 등 원조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만큼 누가 출연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요즘 대세배우로 자리잡은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가 '종남서 4인방'으로 찾아온다. '촉 좋고 넉살 좋고 인물 좋은' 촌놈 형사 박영한 역할의 이제훈은 늦은 밤까지 종남서 수사반 사무실을 지키고, 범죄현장에서 단 하나의 단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응답하라 1988' '카지노'로 인기가도를 달리는 이동휘는 형사로 또 한번 연기변신에 도전한다. '나쁜 놈들 물어뜯는 종남서 미친개'라는 별명 답게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줄 지 관심이다. 첨단 과학수사를 하는 시대에 '수사반장 1958'은 타고난 감각과 통찰력, 집요함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아날로그 수사의 낭만을 보여준다. 막걸리잔을 부딪히며 동료애를 나누고, 정의롭지 않은 현실에 분노하는 형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레트로적인 정서를 느끼게 한다. '공조' '창궐' 등을 통해 감각적 연출력을 보여준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방송을 앞두고 '수사반장 1958' 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디 '천선녀'는 "어릴적 보던 드라마 다시 보게되어 기대돼요. 설렘으로 가득한 금요일 밤이 될듯…"이라고 글을 남겼다. 원조배우 최불암은 깜짝 출연해 드라마의 측면지원에 나선다. 김 감독은 "최불암 선생님이 곧 '수사반장'의 박영한 형사이기 때문에 출연은 필연적"이라며, "비록 짧은 회차였지만 선생님은 대사 한줄 한줄 상의하며 의미를 찾으셨다. 또 의상과 소품, 공간까지도 많은 의견을 제시하며 모든 장면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다. 최불암 선생님과 잠시나마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긍지와 자랑을 느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원작 드라마가 오프닝송으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제작진은 OST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재즈뮤지션 유복성이 연주한 원작 타이틀송은 긴박감과 명쾌함을 살려 오래동안 사랑 받았다. '수사반장 1958'에서는 그룹 '비투비(BTOB)'의 메인보컬 겸 리더 서은광, MBC TV '듀엣 가요제'에 출연했던 싱어송라이터 범진과 가수 김사월이 각각 '지피지기백전백승' '여전히 그댄' '달빛' 등을 불러 바람몰이에 나선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1970년대 방영된 원조 '수사반장' 보다 빠른 시기인 1958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사반장1958'의 한 장면. 1970년대 안방극장에서 큰 사랑을 받은 '수사반장'의 한 장면. '수사반장 1958'의 대본리딩 현장에서 발언중인 원조 '수사반장' 최불암. MBC 제공
쿠팡플레이 콘텐츠 라인업 공개...'대학전쟁' 시즌2·獨 분데스리가 전경기 중계
국내 주요 OTT 플랫폼들이 이용자 감소로 고심하는 가운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중계효과로 올 1분기 이용자가 급증한 쿠팡플레이가 올해 선보일 오리지널 및 스포츠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이보영의 카리스마와 절제된 감정연기가 두드러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시리즈 '하이드'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올해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애절한 사랑을 펼치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독보적 매력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배우로 거듭난 배두나와 류승범이 호흡을 맞춘 '가족계획'을 선보인다. 또 연하의 재벌 남친과 현실주의 신데렐라의 티키타카를 그린 신현빈, 문상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새벽2시의 신데렐라'도 올해 시청자를 찾는다. 매 시즌마다 포복할 웃음으로 즐거움을 주는 'SNL 코리아'가 현재 시즌 5로 화제를 모으는 것에 이어 대학생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학전쟁'은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쿠팡플레이가 올해 스포츠 중계로 재미를 본 만큼 더 많은 스포츠 중계와 자체 콘텐츠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우선 K리그 중계는 향상된 분석 그래픽, 특수 카메라 추가, 대형 게스트 출연 등으로 수준을 업그레이드 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2024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의 전 그랑프리를 생중계하고, 국내에서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 2024-2025 시즌의 전 축구경기를 중계한다. 이밖에 2024 AFC U23 아시안컵, 2025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 예선 등 다채로운 스포츠 중계를 선보인다.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코미디부터 미스터리 서스펜스, 멜로, 뇌지컬 서바이벌까지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 신선한 발상, 새로운 시도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쿠팡플레이가 올해 선보이는 '새벽2시의 신데렐라'
양조위·유덕화 '골드핑거', 홍콩 금장상시상식 6관왕
양조위·유덕화가 '무간도' 이후 20년만에 재회해 만든 홍콩 느와르 '골드핑거'가 최근 열린 '제42회 홍콩 금장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골드핑거'는 홍콩 경제를 주무르는 카르멘 그룹의 수장 '청이예'(양조위)와 그의 부패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집념의 수사관 '류치위안'(유덕화)이 벌이는 한판 승부를 담았다. 홍콩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에서 '골드핑거'는 돈과 권력을 추종하는 청이옌으로 완벽 변신한 양조위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촬영상·미술상·의상분장상·음향상·베스트 비주얼상 등을 수상했다. '골드핑거'는 지난 10일 개봉했으며,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골드핑거'
김경남, 이번엔 재벌2세 "제대로된 악역 보여준다"
배우 김경남이 SBS 새 드라마 '커넥션' (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으로 안방 복귀를 확정지었다.올해 방송예정인 심리범죄스릴러 드라마 '커넥션'은 누군가의 음모로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숨겨진 커넥션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김경남은 극중 고교 동창이자 형사인 '재경'(지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금형그룹의 후계자 '원종수' 역을 맡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을 리얼한 연기로 보여줄 예정이다. 배우 김경남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여우각시별' 등에 출연했으며,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색깔로 이미지 변신을 해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김경남
[출향 인사를 찾아서] '봉화 출신' 남화영 소방청장 "인구 감소·사회인프라 급변…소방 시스템도 새로운 도전 직면"
2003년 2월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꼽히는 최악의 지하철 사고였다.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불수와 심한 우울증을 앓던 김대한이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벌인 '묻지마 테러'였다. 당시 사고로 객차 12량이 전소하고, 192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151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나라 철도안전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 화재진화라는 전통적 역할에 머물러 있던 소방관의 업무 범위를 119구급차 운용 등으로 폭넓게 확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남화영 제5대 소방청장은 우리나라 소방업무의 성장과 변천을 함께해 온 인물이다. 부산대 물리학과를 다니던 1986년 3월 소방 장학생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 지금까지 38년을 한결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매진하고 있다. 남 청장은 "소방관의 길로 들어선 결정적 계기는 지도교수님의 조언이었다. 교수님은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소방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 자네가 20~30년을 내다보고 직업을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큰 혜안으로 지도해 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소방관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재 현장이 있습니까."대구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11월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불은 4지구에서 시작되었고, 점포 800여 개가 순식간에 불에 탔습니다. 당시 화재는 신고 접수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750여 명의 소방공무원과 90여 대의 소방차량이 신속히 출동해 주변 상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고,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안타까운 화재였지만) 상인분들과 시민들께서 소방이 최선을 다한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셨을 때 정말 가슴이 뿌듯하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은 재난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순간입니다."▶베테랑 소방관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무엇입니까."생각해보면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지금 이 자리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추진하는 힘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청장이 된 지금도 재난 대응은 초기 단계부터 신속 대응, 최대 대응, 최고 대응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이 맡긴 책임의 무게를 가진 만큼 늘 현장을 최우선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대응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복잡·다양해지는 재난 환경 과학적 대응 전략 마련 추진"수요증가 요인·인력 재배치 등 빅데이터 분석 모델 개발 진행 2050소방미래비전委도 가동 중 국내외 전문가 21명으로 구성 7월까지 다양한 실행방안 제시"▶ 'K소방'의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11월20일부터 22일까지 글로벌 유통망 개척과 국내 우수 장비의 수출 지원 확대를 위해 '중동지역 유망시장개척단'을 꾸려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다녀왔습니다. 두바이 현지에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 5개국 해외 바이어 29곳, 국내기업 17곳이 참여한 가운데 수출 및 기술상담회를 개최하였고, 126건의 수출 상담을 통해 현지에서 73억원가량의 구매 예정 협약도 맺었습니다.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의 수출 업무협약도 6건(중동 6개국 5건, 나프코 1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소방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전체 높이가 555.65m 지상 123층·지하 6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지상 117층 511m입니다.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쿠팡 대구첨단물류센터는 축구장 46개 크기에 연면적 33만㎡(10만평) 규모이고, 인천과 경기 고양·화성 등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건물이 있습니다. 서울역 공항철도 탑승장은 지하 7층(50m 정도), 고속터미널 9호선은 지하 5층 약 36.8m입니다. 이런 급변하는 대외적 사례들이 소방이 대응해야 할 미래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8년 전 서문시장 4지구 화재38년 근무 중 가장 잊지 못해"초기 신속·최대·최고대응 원칙 750명 인력과 장비 선제적 투입 인명 피해 없이 진화해 큰 보람 K-소방 글로벌 진출에도 노력 작년 중동서 수출 계약 등 성과"▶소방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습니까."지난달 4일 서울소방학교에서 2001년 3월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화재 때 순직하신 여섯 분의 대원을 기리는 '소방영웅길' 지정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또 경기 평택에 '이병곤길', 울산에 '소방관 노명래길'이 있습니다. 소방관의 사명은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입니다. 제가 늘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아침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저녁에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가족과의 약속을 꼭 지키자고 합니다. '순직'이라는 단어는 소방관에게 무거운 짐과 같은 금기어입니다. 순직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확대하고, 소방 가족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인구감소, 노령화, AI 등장이 소방 업무의 변수가 될까요."최근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도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야 하고,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새로운 소방수요 증가 요인 등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사회적 변화에 맞춰 인력 충원과 재배치, 관서 설치, 보직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소방이 다가오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2050 소방미래비전위원회'도 구성했습니다. 국내 전문가 16명과 외국 전문가 5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까지 소방업무와 관련하여 인구·환경·기술·사회 4개 영역으로 30여 개 과제를 발굴하고, 과제별로 핵심 이슈 추진전략과 실행방안을 마련해 소방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인구감소, 지방소멸에 대한 소방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제가 경북소방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처음 도입된 '119아이행복 돌봄터'가 있습니다. 돌보미 양성 교육을 받은 여성 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서에 마련된 돌봄터에서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소방서가 24시간 근무하는 곳이니까 3세부터 12세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소방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습니까."세상은 자기가 바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향해 행동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고 합니다. 요즘 멋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갈 때 진로를 이미 결정하고 한국소방마이스터고를 진학한다든지, 요리학교, 게임 학교 등으로 진출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꾸준히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진로를 신중하게 정하고, 준비를 잘해서 오랜 기간 꿈을 이루어 가시길 추천합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 봉사할 마음이 굳은 친구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소방공무원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남화영 소방청장은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38년 재임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재 현장이라고 했다.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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