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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육신 닦는 장례지도사
마지막 흔적 청소 유품정리사
폐지 줍는 한 노인이 만난 죽음
세 인물 통해 생과 사 의미 반추
최후의 순간 입체적 해석 담아
끝에 맞서 열심히 살 힘 전해줘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윤재호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숨'은 우리 앞에 삶과 죽음의 성찰적 의미를 던진다. 감독은 생과 사의 길목에서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진솔한 해답을 구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세 인물의 치열한 인생이 펼쳐진다. 대통령부터 무연고 사망자까지 저승길로 떠나는 죽은 자의 육신을 닦는 유재철 장례지도사, 떠나는 이의 마지막 흔적을 청소하는 김새별 유품정리사, 폐지를 줍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재철 장례지도사는 이미 여러 언론과 저서,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파묘'에서 배우 유해진이 맡은 장례지도사 '고영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로 불리는 그는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등 6명의 전직 대통령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법정 스님 등 유명인사는 물론 무연고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가 하는 일은 '염습'이다. 고인을 마지막으로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힌 후 관에 모시는 일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략 4천위가 넘는 영가들을 떠나 보냈다.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고독사와 범죄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 청소 전문가다. 출근과 동시에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그는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한 이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며, 삶의 의미를 반추한다.
영화 '숨'에는 삶과 죽음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여러 장면이 펼쳐진다. 유 장례지도사가 큰 스님의 사비(화목장)를 진행하며 불을 다루는 모습을 비롯해 마지막 시체를 닦는 염을 하는 모습, 그리고 김 유품정리사가 고독사로 죽은 이의 집을 청소하는 모습 등이다. 영화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있었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입체적인 해석을 담았으며,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마지막 순간에 맞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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