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를 찾아서] 대구 출신 이상훈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경제 실핏줄' 소상공인·中企 중심 정책에 일조했다는 자부심 커"
한국은 올해 IMF 기준 세계 14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한국경제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수출 전선의 선봉에서 '달러'를 벌어온 대기업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의 9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든든하게 받쳤기에 가능했다. 이상훈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은 소상공인, 자영업 관련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키워온 주역이다. 1990년대 초 한국공업청(중소벤처기업부 전신)에 입사해 'KS' 업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소상공인, 자영업 관련 부서에서 쭉 일했다. 2021년부터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의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실핏줄과 같은 존재"라며 "소상공인정책을 경제정책의 독립된 한 영역으로 인정받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첫 직장 공업진흥청서 KS 업무담당부터 2021년 신보중앙회 首長 중책 맡기까지 소상공인·中企·국가경쟁력 키워온 주역 '총보증 45조' 코로나 이전 2배 수준 확대 금융사 출연요율 올려 지역신보 재원 확충 3만2천여 소상공인에 1조 추가 보증 기대 ◆ "소상공인이 창출하는 고용효과 주목해야"1970년대 초 대구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어린 시절 그는 매일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 궁리를 했다. 집앞 커다란 못에서 멱을 감고, 논과 밭의 두더지를 잡으며 하루를 보냈다. 배가 고프면 주렁주렁 달린 과일을 따먹으며 배를 채웠다. "행복했던 대구 생활을 뒤로 하고, 한양대 전액 장학생으로 서울에 오게 됐어요. 머리를 빡빡 깍고 공부하는 기숙사 선배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빠져 들었죠. 그 시절 선후배들과 공익적 가치를 토론하면서 막연히 제가 갈 길을 찾았던 것 같아요."첫 직장인 공업진흥청에서 KS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의 표준정책을 수립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조직이 중소기업청으로 개편된 후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관련 업무를 맡았다. "공직에 있으면서 기획재정담당관, 중기정책국장, 기조실장 등을 맡았는데, 시야를 크게 보는 능력을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소상공인은 전체 기업의 95%, 고용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동시에 사업자이면서 소비자로서 경기변동의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 대량 실업 시대에 소상공인이 창출하는 고용효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오랜 숙원 '법정 출연 요율' 상향시켜이 회장은 2021년부터 신보중앙회 제9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재임 4년차를 맞으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때 집합금지와 영업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 살리기에 주력한 결과 총보증공급 규모가 코로나 이전 대비 2배가 늘어 45조원에 이른다. 또 대전에 있던 사옥을 옮겨 '세종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도 주목 받는다. 신사옥은 통합전산센터, 연수시설을 보강함으로써 지역신보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재임 중 가장 큰 성과는 특유의 뚝심과 인내력으로 정부와 관계부처를 설득해 금융회사의 법정 출연 요율을 0.04%에서 0.07%로 상향시켜 지역 신보의 안정적인 보증 재원 확충에 기여한 것이다. 보증재원 확충에 힘입어 3만2천명의 소상공인에게 1조원 규모의 신규보증을 추가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대구와 경북 신보의 경우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보증사업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습니다. 23년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전국 2~3위를 나란히 기록했는데, 특히 경북 신보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작년에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모바일앱을 통해 증빙자료를 받고, 찾아가는 보증 상담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죠."◆ "고금리, 내수 부진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 지원 절실"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 고금리, 고물가 속에서 지난해 자영업을 폐업한 숫자가 10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어려운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채무조정과 컨설팅 지원, 디지털 전환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전국에 17개의 신용보증재단이 있다. 이 회장이 대표로 있는 신보중앙회는 전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 신보와 함께 담보력이 부족한 소기업, 소상공인의 채무를 보증하여 자금 융통을 돕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신보가 은행에 물어주는 대위변제율이 작년 3.87%에서 7월 현재 5.80%로 급증,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부실이 높다고 했는데 그때가 3% 정도였어요. 지금은 그 때의 2배 정도인 6% 가까이 됩니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때 집합금지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또 힘든 상황을 맞은 것이죠."이 회장은 소상공인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가족해체와 빈곤층 발생 등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입습니다. 사회가 감당할 비용도 커지게 됩니다. 소상공인 스스로 자신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담당하는 당당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방소멸 해법은 지역에 있다"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대구 237만, 경북 260만명으로 대구경북의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개 지자체가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 이 회장은 강원도 양양의 사례를 들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에 대한 특별한 인사이트를 강조했다. "한적한 시골인 강원도 양양은 최근 서핑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전국의 젊은이들로 카페와 클럽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또 대전역 찐빵집으로 출발한 성심당은 매출 1천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지역의 고용 창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의 성장이 고용 창출과 경제발전을 선도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지요."이 회장은 '지방소멸'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양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을 대표하는 한 사람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구소멸도시를 평가할 때 그 지역의 상주인구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유입되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서 평가하는 게 적합하지 않을까요. 프랜차이즈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 역시 도시의 긍정적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봅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