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양준혁 붙잡아라

  • 입력 2001-12-05 00:00

프로야구 삼성의 최대 강점은 창단 때부터 시종일관 최강의 전력을 유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오늘날의 팀이 1980년대와 다른 면이 있다면 연
고지역 선수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승을 하지 못
하기는 80년대도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지만 당시의 삼성은 팬들을 열광시
키는 대구출신 슈퍼스타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었다. 김시진, 권영호, 황규
봉, 양일환, 이만수, 장효조, 허규옥, 오대석, 장태수, 이종두, 함학수 등
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삼성은 우승에 대한 조급증에 의해 이들을 배척하고
타 지역 선수들을 무차별로 끌어들이기 시작하였다. 프렌차이즈 스타 장효
조와 김시진이 트레이드 되고, 이어 김상엽, 박충식, 최익성, 신동주, 정
경훈 등도 팀을 떠나야만 했다.

삼성 영웅 이만수는 환호 없이 쓸쓸하게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요즘 자유계약 선수가 되어 마지막 보금자리를 찾
고 있는 양준혁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만수 이후 삼성 최고의 사랑을
받은 그도 '우승 경험이 있는 팀의 선수가 우승에 보탬이 된다'는 구단 측
의 명분 앞에서는 제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삼성은 현재 프로야
구 8개 구단 중 연고지역 선수가 가장 적은 팀이 되었으며, 이승엽을 제외
한 주전 야수 8명 전원이 타 지역출신 선수들로 팀을 이루고 있다. LG.두
산.기아.롯데 팀의 팬들이 단합하여 20여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보내고 있
음에 비해 삼성의 팬들은 '그렇더라도 삼성을 사랑해야 하느냐' '아니냐'
로 분열되어 있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삼성은 아무래도 양준혁을 다시 불러 들여야
할 것 같다. 비싼 몸값과 포지션 중복 등의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가
돌아온다면 '선수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살아 있는 팀이라고 하는 상징성
이 큰 몫을 할 수 있다. 프로진출 1년을 연기하면서까지 삼성을 선택한 양
준혁의 팬들은 가슴 깊이 추억을 안겨준 진정한 삼성맨으로 아직도 그를
여기고 있다. 그리고 경기력 면의 기여도에 있어서도 양준혁은 이승엽과
더불어 대구야구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어가 아닌가.

프로야구 두산은 금년 코리안시리즈 3차전 서울의 첫 경기 전에 두산을
거쳐간 은퇴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박철순, 신경식, 김유동, 양세종
등의 두산스타들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팬들에게 그들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였다. 이와 함께 두산은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코칭스태프가 두산 선
수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의 두산은 이러한 정서를 등에 업고 뻗
어가고 있다. '야구는 인간이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

한국 최고 타자 양준혁은 삼성에 있어 야구실력 이상의 존재가치가 있다
. 따라서 삼성은 사소한 손이익을 따지기 전에 아직도 대구의 많은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양준혁 선수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양준혁을 기다리는 삼성 야구팬들의 애정과 정서가 소중한 것이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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