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의 개량된장 개척자들

  • 입력 2007-07-06   |  발행일 2007-07-06 제37면   |  수정 2007-07-06
맛은 '전통', 제조법은 '첨단'을 겨냥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의 개량된장 개척자들
황국균을 넣어 열흘 정도 숙성한 끝에 탄생된 알알이 개량된장 메주.

# 된장에 시큰둥한 신세대

요즘 상당수 주부들은 재래식 된장은 무조건 좋고,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는 개량된장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도 갖고 있습니다. 갈수록 재래식 메주 띄우기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 중에 나쁜 곰팡이 균이 무분별하게 메주에 달라붙기 때문에 이를 표준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재래식 된장업자들도 개량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콩과 쌀이 같이 섞인 일본 된장인 미소(味そ)는 국내 개량된장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식당 기본 육수로 제공되기 때문에 은연중에 감미롭고 담백한 맛에 길들여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 재래식과 개량된장 차이

재래식 된장과 개량된장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재래식은 대기 중 각종 곰팡이가 메주에 자유롭게 입착됩니다. 하지만 개량식은 대기 오염 상태로선 좋은 곰팡이 균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 황국균(아스퍼질러스오리제)만 특별하게 배양해 콩에 접종해 숙성시킨다는 게 재래식과 다른 점입니다. 괜찮은 개량된장은 국산 콩으로 만듭니다. 세척과 석발 직후 대형스테인리스 스틸 용기 안에서 쪄냅니다. 다음 황국균을 접종해 발효실에서 발효해 건조하는 등 10일쯤이면 개량 메주가 완성됩니다. 종류는 2종류로 재래식처럼 둥글게 뭉쳐진 것과 알갱이가 살아 있는 분리형이 있습니다. 주부들은 이 메주를 갖고 된장을 담그는데 봄철은 60~70일, 동절기엔 70~90일쯤 숙성하면 햇된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대구와 개량된장

대구는 '된장 현대화의 메카'입니다.

1950년 6·25전쟁으로 인해 한국 산업기반이 어쩔 수 없이 대구로 집중될 때 전통 메주산업도 대구에서 꽃이 피죠. 대구에겐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짚으로 묶어 이불 덥고 띄운 재래식 된장에 도전장을 낸 개량메주가 대구에서 연구개발됐다는 점입니다. 바로 61년 오픈한 문화메주 창업자이자 농촌계몽가 김환태 박사와 (주)일품청 창업자 박종태씨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 장류 연구를 토대로 국산 메주를 개량화합니다. 여기에 또 한명의 향토 장류 사업가가 있습니다. 53년 11월 대구 남산동에서 삼화유장사로 태어난 삼화간장 창업자 양병탁 회장입니다. 이 셋이 바로 대구 장류 산업의 개척자로 불립니다.

이밖에 후발주자로 가세한 수녀들이 만드는 백합 메주가 1960년대 후반에 생겨납니다. 물론 이것도 개량식입니다. 삼화는 일찌감치 대기업으로 뻗었지만 현재 간장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의 개량된장 개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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