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상생…두얼굴의 대형마트

  • 이은경
  • |
  • 입력 2012-07-10 08:00  |  수정 2012-07-10 08:20  |  발행일 2012-07-10 제1면
대기업 후안무치 유통관행에 영세상인 분노 고조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 인근 한 식당에서는 제4회 대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다. 롯데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이랜드리테일,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 대구지역 책임자들이 중소상인·시민단체 관계자와 함께 국밥을 사 먹으며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인근에 위치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전통시장 상품구매, 경영 컨설팅, 상인 교육, 주차장 개방 등을 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상생을 외치던 대구지역 대형 유통업체들은 그러나 지난달 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 제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앞에서는 국밥을 함께 먹으며 상생을 외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끝없는 탐욕으로 골목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두 얼굴이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각 지자체의 노력이 최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영업제한 조례가 부당하다는 첫 판결이 나온 이후 이와 관련된 소송이 대구시 동구와 달서구, 수성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전국적으로 법원의 결정으로 영업을 재개하게 된 곳은 대형마트 10곳, SSM 51곳에 이른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대형 유통업체의 ‘꼼수’는 이뿐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하면서 대구시 중구 남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더 루벤스 지하 매장을 ‘쇼핑센터’로 신청했다가 반려당했다. 쇼핑센터로 등록하면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 휴업 시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홈플러스 수성점(SK리더스뷰)과 달서구 상인점(대성스카이렉스)도 쇼핑센터로 이름을 변경하려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며 법망을 피해가려는 대형 유통업체의 이같은 다양한 시도는 애당초 그들에게 ‘상생 의지’ 따위는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유통업체들이 (소송결과가 나오자) 정말 하루도 기다리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었고 헌법소원과 줄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상생에 동참할 의지도 각오도 없는 대기업의 탐욕”이라며 유통업체의 태도를 비난했다.

김경배 소상공인연합회장은 “5천개나 됐던 전통시장은 1천500개도 안남고, 1만8천개였던 자영업 빵집이 4천개로 줄어드는 시점에서 얼마나 더 뺏어먹어야 대기업의 탐욕은 끝날 것인가”라며 “6년여에 걸쳐 힘겹게 제정한 유통상생법을 무참히 짓밟는 대형마트·SSM에 대해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기업의 ‘상생철학’이다. 상생의지의 ‘실천’을 통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 불평등과 재벌 대기업의 독점은 심화되어 갈 것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서울행정법원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처분 취소 판결을 기화로 대형 유통 재벌을 규탄하는 중소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가는 이유다.

이은경 경제부차장 le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