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아버지 '여친 찾아주기' 프로젝트

  • 입력 2013-05-24 16:04  |  수정 2013-05-24 16:04  |  발행일 2013-05-24 제1면
아들 오경환씨 "자식 된 도리"…커플매니저 "연령대 킹카"

 "88세 된 아버지의 여자친구를 찾아주세요." 21년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 오경환(52·무역업)씨는 이달 초 용기를 내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와 사별한 지 13년. 그간 적적하게 지내온 아버지가 여생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상담 직원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20년 넘는 노하우를 갖춘 회사지만 아흔에 가까운 노인을 '중매'해 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씨가 한참 낙심해 있던 차에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비즈니스가 아닌 사회 기부 차원에서 전액 무료로 아버지의 짝을 찾아주겠다는 이웅진 대표의 전화였다.


 아들은 아버지 오기모(88)씨의 프로필을 전달했고 지난 21일 선우 홈페이지에는'특별한 프러포즈'라는 제목의 이벤트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고향 평안남도, 초등학교 교사로 40여년 재직 후 퇴직, 신장 174㎝에 훤칠한 외모, 평생 연금이 나와 새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능력 등 오 할아버지의 '스펙'이 깨알같이 적혔다.


 '이런 분이면 좋겠다'라는 항목에선 연령대는 무관하고 건강하신 분, 특히 아버지와 대화가 통하고 취미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선우 관계자는 "지금까지 69세 된 할머니 등 모두 3분이 이 할아버지를 만나보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며 "마감일까지 계속 '데이트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들 오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께서 아버지가 외로워하시니 효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해 나서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오 할아버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는 사람이 보면 노망 난 것 아니냐고 말할 것"이라며 민망해했다고 오씨는 전했다.
 오씨는 "아버지께서는 '여자친구야 있으면 좋지만 나이가 있는데 가능하겠어. 그냥 취소해'라고 말씀하셨다"면서도 "부끄러워하시지만 내심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버지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척추협착증을 앓던 오 할아버지는 최근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 호전된 상태로 꾸준히 근육 운동도 하고 있다.


 담당 커플 매니저 정채진 씨는 "오 할아버지는 같은 연령대 기준으로 봤을 때 '킹카' 그룹에 속한다"며 "좋은 조건의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씨는 "우선은 혼인에 대한 부담 없이 만남에 중점을 두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웅진 대표는 "100세 시대로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이번 이벤트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면서 "다른 노인분들도 용기를 내 여생을 멋진 이성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 할아버지의 '특별한 프러포즈'는 다음 달 30일 마감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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