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년의 약령시가 3년만에 휘청거린다

  • 박주희,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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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07:08  |  수정 2014-09-02 09:28  |  발행일 2014-09-02 제1면
인근 현대百 개점후 임대료 최고 3배 올라
약업사 등 폐업 속출…커피점·식당이 점령
20140902
356년 역사의 대구 약전골목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이후 커피숍·식당 등이 들어서 상권을 잠식하면서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전국적으로 유명한 ‘356년 전통’의 대구 약령시가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약전골목 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5~10년 후에 약전골목이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이후 커피숍·식당 등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한방 상권’이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전골목의 A약업사는 한 달 전쯤 3배 가까이 뛴 월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약전골목 내 다른 건물 2층으로 겨우 자리를 옮겼다. 이 약업사가 떠난 자리에는 식당이 생길 예정이다.

현재 약령시 내 한방 관련 점포는 160곳 정도. 이 중 2011년 8월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이후 약업사는 6~7개가 없어졌다. 급등한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약전골목 내 건물 2층이나 후미진 골목 등으로 밀려난 약업사도 20곳에 이른다. 한약방도 현대백화점 부지로 건물이 헐리거나 고령화 등의 영향을 받아 15곳 정도 줄었다.

약령시 내 한방 관련 점포 주인의 80% 정도는 임차인이다. 이들은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지면 건물주에게 점포를 비워줄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이후 약전골목 내 상가 임대료는 최고 3배까지 오른 상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보통 66㎡(20평) 정도에 70만~80만원 하던 가게가 요즘은 150만~200만원대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인근은 최고 3배까지 올랐다”면서 “식당·커피숍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나가는 곳이 생길 정도인데, 한방 관련 점포들은 집값을 감당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전골목 내 한 약업사 사장은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약업사 업주들은 어디로 옮겨야 할지 걱정하는 실정이다. 한약 냄새가 그득하던 약전골목이 커피향으로 채워지고 있다. 약전골목이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지는 건 이제 시간 문제”라고 답답해 하면서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약전골목 상권 보호 대책 없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영업을 허가해 준 것 자체가 약전골목을 내팽겨쳐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한방 관련 점포가 어쩔 수 없이 떠난 자리에는 백화점 상권을 등에 업은 커피숍, 식당, 헤어숍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공영권 약령시보존위원회 이사장은 “경제적 논리에 의해 350여년 전통의 약령시의 존폐가 흔들린다는 게 염려스럽지만, 사실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전에 일정 비율 이상은 한방 관련 외의 점포가 들어올 수 없도록 ‘특수 문화지구’ 지정을 대구시에 건의했지만 건물주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로서는 약전골목 내 부지를 매입해 패션주얼리타운처럼 한약 관련 영업 및 체험이 가능한 한방 타워를 만드는 것이 약령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 관계자는 “시와 업계 모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약령시가 없어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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