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핵 TK 3人 .2] 더민주 김부겸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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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4   |  발행일 2016-04-14 제3면   |  수정 2016-04-14
與 철옹성에 정통 야당 깃발…차기 대권주자로 입지 굳힐까
20160414
황인무기자

TK 강력한 지지땐 유리한 고지
與 텃밭에 야당 깃발 꽂았지만
정치적 변화 도출 최우선 과제
개혁기치로 당대표 도전할수도

마침내 그가 30년 TK정치의 DNA를 바꿨다. 어쩌면 고착됐던 대한민국 정치지형의 대변혁이란 단초를 정치인 김부겸이 대구 정치 1번지 수성구갑에서 끌어냈다.

27 대 0. 꼭 4년 전, 2012년 TK의 19대 총선 결과다. 새누리당이 휩쓸었다. 1996년의 자민련 돌풍, 2008년 이명박 정권하에서 ‘친 박근혜 계’를 겨냥한 공천학살과 이로 인한 친박 돌풍이 있었지만, 그건 전통적인 범여권 내의 반란적 성격이 컸다. 대구는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중구-서구(당시는 중선거구제)에서 36% 12만1천표로 1위로 당선된 고(故) 유성환 전 의원 이래 진정한 야권 후보가 배출되지 못했다. 새누리 1당독점은 어느새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이미지로 굳어졌다.

5년 전, 경기 군포를 지역구로 둔 3선의 현역의원 김부겸은 대구로 지역구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대구는 그가 초·중·고교를 나온 곳이다. 그의 첫 정치적 실험이자 도전은 1차 실패했다. 상대는 당시 같은 3선 의원으로 경북고 선배인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이었다. 근 30년 만에 정통 야권 후보로는 기록적인 40%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016년 근 5년을 대구에서 절치부심한 김부겸은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의 명함을 내걸고 재도전에 나섰다. ‘대구의 정치적 다양성’만이 경쟁과 협력을 유발하고, 나아가 컬러풀한 정책을 양산해 대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도 그냥 보지는 않았다. 대구를 오가며 선택을 머뭇거리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결국 수성구갑을 택했다. 김 전 도지사는 “보수의 아성 대구가 야권에 의석을 내준다면 대한민국이 위태롭다”고 빗장을 걸었다. 이른바 ‘전국적인 빅매치’가 수성구갑에서 탄생한 것이다. 승패를 떠나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던 김문수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김부겸의 존재감을 한껏 올렸다.

김부겸 스스로 밝힌 대로 그의 승리는 혼자만의 승리는 아니다. 야당을 지지하든 아니든 TK는 언제부터인가 ‘정치적 다양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TK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똑같은 망치 25개(대구·경북 여당 의원)만으로는 집을 수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국회로, 중앙부처로 예산을 읍소하러 다니던 대구시, 경북도 공무원들도 “아, 이제는 대구에도 야당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프로젝트를 하려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데, 늘 야당이 정권과 연계된 특혜시비를 걸며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당 새누리당의 내부에서도 익명을 전제로 대구에도 야당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의원들이 나왔다.

지역의 각계 인사 1천33명이 후보등록이 끝난 지난달 30일, ‘이제 대구를 바꿉시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언문은 “대구도 이제 공존의 정치,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김부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평가되던 대(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상당폭의 격차를 벌리며 승리를 쟁취해 한껏 주가가 오를 것이 틀림없다. 그 역시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 불렸다. 어쩌면 이제 잠룡이 아닌 공개적인 주자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야권의 상황이 굉장히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야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권 가도에 포진해 있다. 여기다 여차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차세대 인물들이 즐비하다. 김부겸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 셈이다.

대신 김부겸은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를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다른 잠재 후보군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가정이기는 하지만, 김부겸 당선자가 만약 대권 도전에 나선다면 여권 내 TK 출신 주자가 없을 경우 어쩌면 TK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 이는 지역색이란 정치공학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김부겸 당선자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있다. 대구에 정통 야당의 깃발을 복원했다는 측면에서 대구의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따지고 보면 그의 승리는 수성구갑 혹은 대구시민의 ‘야당 사랑’에서 도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야당의 혁신도 그가 반드시 품에 안아야 할사안이다. 정치적 이념주의에 매몰되고, 운동권 일변도의 정치운영 성향을 보여온 야당은 당 내부에서도 스스로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출현은 그런 배경이다. 김부겸 당선자가 이 같은 야당 개혁의 열망을 얼마나 솜씨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개혁을 기치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것이 당장의 목표가 될 수 있다. 김부겸, 그는 이제 새로운 대장정에 섰다.

박재일 부국장 /정치부문 에디터 park11@yeongnam.com

 

“바꿔보자는 수성구민의 열망이 터져나온 것…대구 시민의 승리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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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10, 9, 8, 7, 6, 5, 4, 3, 2, 1”

20대 총선일인 13일 오후 6시. 본인의 선거사무소에 앉아 초조하게 선거 결과를 기다리던 김부겸 후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캠프관계자 및 지지자 등 200여명도 일제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어 ‘김부겸’을 연호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캠프를 넘어 김부겸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대구 범어네거리에 가득 찼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상대해 큰 격차로 승리했다는 발표가 나온 결과다.

이어진 개표에서도 김부겸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계속 발표되며, 김부겸 캠프는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로 가득 찼다.

밤 11시17분쯤 개표 결과,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김부겸 캠프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미리 준비한 ‘이제 대구도 사람 보고 뽑는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사랑해요 김부겸”을 연신 외쳤으며, 미리 준비한 케이크와 꽃다발이 김부겸 당선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지지자들의 환호는 최고치에 달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김부겸 당선자는 “이번에 (대구 수성구갑 선거구가)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며 “그만큼 변화에 대한 대구시민의 열망, 바꿔보자는 수성구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승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저의 승리가 아니라 지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한 대구 시민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역주의에 찌든 이 정당구도와 정당문화를 바꾸자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면서 대구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정확히, 부지런하게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김 당선자는 “지금 호남의 이정현, 정운천 두 (새누리당) 후보의 선전도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대한민국 정치가 새로운 장으로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저도 내일부터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지난 5년 동안처럼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당선자는 14일 오전 7시 범어네거리를 시작으로 수성구갑 곳곳을 돌며 당선 인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나아가 그의 정치적 첫 일성(一聲)도 주목된다. 선거 때문에 다소 자제했던 그의 생각들이 가감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TK정치권 뿐만 아니라 야권을 향한 그의 개혁적 구상이나 의견이 표출될 것이 틀림없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말,말,말…

◇“대구 사람으로 받아주신 것이 너무 가슴 벅찼다”-지난 12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소감으로 “대구에 내려온지 5년여가 흘렀고, 요즘은 나를 보면 소주 한 잔 건네주시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신다. 그동안 서울 가서 잘 먹고 잘 지내다 이제야 돌아온 나를 대구사람으로 반겨줬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성구민들이 바꿔줄 것을 확실히 믿는다”-지난 1월16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마련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여론조사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절대로 교만 떨지 않겠다”면서 “이번의 이 고비만 넘기면 대구 정치에도 다양하고 멋진 도전이 가능하다. 결국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학력=대구초등·대구중·경북고·서울대(정치학과) 졸업

-경력=1991년 김대중 이기택 공동대표 민주당에서 정치 시작, 16·17·18대 국회의원(경기 군포),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2008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2012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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