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선수 기반 무너진 대구 쇼트트랙…‘임’을 보고 다시 뛰자

  • 강릉에서 명민준
  • |
  • 입력 2018-02-12   |  발행일 2018-02-12 제4면   |  수정 2018-02-12
김소희·진선유·김성일 등 배출
쇼트트랙 교기인 학교 있지만
가능성 보이면 서울·경기 유학
現 대구에 대학·실업팀도 없어
5천㎡급 국제규격빙상장 설립해
‘빙상메카 대구’ 위상 회복해야

지난 10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효준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고향 대구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틴 것이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임효준의 이같은 말은 대구에 많은 메시지를 남긴다. 임효준은 중학교 1학년 때 부상을 당했고, 대구보다 여건이 좋은 서울에서 부활할 수 있었다. 한때 대구는 쇼트트랙에서 여러 명의 올림픽 스타를 배출하며 명성을 떨쳤기 때문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3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김양희와 1998년 나가노올림픽 3천m 계주 금메달리스트 안상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3천m 계주 금메달리스트 최은경이 대구의 딸들이다. 대구 출신 쇼트트랙 선수들의 활약은 진선유(경대사대부중·2006토리노올림픽 3관왕), 김성일(경신고·2010밴쿠버올림픽 은메달)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이번에 임효준이라는 스타를 배출하게 되면서 대구는 빙상육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계기를 갖게 됐다. 한때 대구가 쇼트트랙으로 명성을 떨쳤던 것은 실내 빙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팔공산, 가창 미사일부대 등에서 진행하는 대구만의 독특한 지상훈련 방식도 있었다. 당시만해도 서울·경기도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대구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대전·광주·강릉 등 전국 곳곳에 빙상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서울·경기지역에 10여곳이 집중적으로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빙상장이 낙후된 대구가 쇼트트랙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망 선수층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 11일 대구빙상연맹에 따르면, 대구에는 쇼트트랙을 교기로 지정 중인 정화여고, 경신고, 경신중, 사대부초등, 계성초등 등에 소속된 선수들과 개인 훈련 중인 초·중·고등부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선수가 가능성을 보일 경우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 쪽으로 유학을 간다. 훈련여건이 대구보다 좋은 탓이다.

게다가 지역에는 쇼트트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바탕도 사라졌다. 계명대는 올해부터 쇼트트랙 선수를 받지 않는다. 사실상 지역 대학 쇼트트랙팀마저 사라진 것이다. 대구에는 쇼트트랙 실업팀도 없다.

빙상인들은 대구가 쇼트트랙의 위상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실업팀 창설’과 ‘국제규격빙상장 설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빙상연맹 관계자는 “대구시가 전체면적 4천500∼5천㎡ 규모의 빙상장을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확신할 수 없다. 국제 규격으로 지어야 대회를 유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며 “선수들의 진로가 막혀 있는 만큼 실업팀을 만들어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