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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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07:34  |  수정 2018-03-12 07:34  |  발행일 2018-03-12 제15면
[행복한 교육] 교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교육감 선거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팀에서 알려드립니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특정 예비후보자의 선거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클릭한 행위는 동 법에 위반될 수 있으니 이를 취소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인들이 교육감 선거를 비롯해 공직선거에 출마를 했다는 소식이 페이스북에 올라온다. 반가운 마음에 ‘좋아요’를 눌렀더니 이런 경고가 왔다. 얼른 취소했다.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석 달 동안 잔뜩 긴장을 하면서 SNS활동을 해야 할 모양이다. 유·초·중·고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현직 교사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교사인 나도 납득하지 못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시민들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감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쟁점이 ‘교육감은 유·초·중·고 교육경력자가 더 잘 할 수 있다’다. 그런데 출마자들을 보면 대부분 퇴직 교원 출신이거나 현직 대학교수들은 많은데 현직 교사는 없다. 현직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하려면 일찌감치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들은 현직인 상태에서도 출마할 수 있고 당선이 될 경우 당연 퇴직을 하면 되는 데 비하면 심각한 차별이다. 상식적으로 현직 교사가 출마할 경우 일정 기간 휴직을 보장하는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출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유·초·중·고 교육을 이끌어갈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이니 당연히, 아니면 최소한이라도 현직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야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될 것이고, 더 나은 교육정책이 선거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얻어 나갈 것이며, 더 혁신적인 교육감이 선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출마자 교육정책에 대해 읽었다는 의미의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댓글을 통해 의견이나 정책을 제안하는 것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철저하게 교육현장과 분리된 선거인 셈이다. 그러니 정작 학교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은 교육감 선거를 구경만 해야 한다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말인데 차라리 굿이라도 볼만하고 떡이라도 잘 만들어지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그냥 주는 대로 먹기만 하라고 하니 자괴감이 든다.

며칠 전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에서 교육 관련 헌법개정 요구사항을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라는 헌법 31조 ④항을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자율성은 보장되며, 교육을 특정한 정치적·종교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고, 교원과 학생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권리는 보장된다’로 개정하라는 의견이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가 국가와 지방정부로부터 정파적 입장을 강요받지 아니하도록 보호하며, 교사들이 직무 이외의 시간에는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며 학생들도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교사와 공무원도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포함해 모든 기본권을 누릴 ‘국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정당법 제6조에서 교수는 정당 가입을 허용하지만 교사들은 제한하고 있다. 교사들의 경우 피교육자들이 감수성·모방성·수용성이 왕성한 어린 연령이어서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이유로 들지만 지나치게 후진적인 논리다. 정당법도 문제지만 공직선거법 제60조는 과잉규제입법 중의 하나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서만이라도 차별 조항이 개정되기를 요구한다. 이런 최소한의 요구조차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언론사만이라도 지면이나 공중파에서 교사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담아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대구교육 혁신을 위한 교육정책 제안을 받고 교사들이 참여해 토론하게 하고, 교육 현장 경험이 부족한 후보들이 더 나은 교육혁신 정책을 공약으로 내도록 강제해 주기 바란다. 겨우 이렇게 말을 해야 하는 것조차도 서글프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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