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처리업체 <주>테크트랜스 ‘6대 환경 유해물질 배제’ 전해액 배합기술로 테슬라 협력사 꿰차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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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4 07:35  |  수정 2018-07-24 07:39  |  발행일 2018-07-24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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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표면처리 기술을 거친 자동차 오일펌프 부품(위쪽)과 원형 그대로인 부품.

우리나라의 산업을 떠받치는 주요 분야는 제조업이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두산 등의 대기업들도 모회사를 모두 제조업으로 두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에서 만드는 완제품들은 모두 기초적인 부품이 필요하다. 대기업에 공급하는 중간 단계의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은 뿌리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하는 6대 업종을 말한다. 주요 제조업 회사들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잘나가는 반면, 뿌리산업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납품해도 거의 본전치기가 많고 경기가 변동하면 적자가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3D산업이라는 느낌도 뿌리산업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표면처리업체 <주>테크트랜스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과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뿌리산업의 인식을 바꿔가는 업체다.

알칼리성 사용 배합기술로
우수그린비즈 A등급 획득
등록한 특허 9개 중 8개 출원
최근 중국 업체에 23억 수출

연구원 출신 유재용 대표이사
“시장 변화에 앞서 대비해야
안주하지 않고 새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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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용 대표이사

◆표면처리 신기술로 국내외 주목

표면처리는 위험물을 사용하는 임가공 3D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화학약품을 다루는 탓이다.

테크트랜스는 친환경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핵심기술은 ‘TAC(Tech Arc Coating)’다. 비철금속인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 표면에 인위적으로 세라믹산화막을 형성시키는 플라스마 전해산화 공정이다. 전해액 배합에 강산성이 아니라 인체에 해가 없는 알칼리성 계열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6대 환경 유해 물질을 배제하는 독자적인 전해핵 배합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다. 표면처리 업체로는 드물게 우수그린비즈 A등급도 획득했다.

TAC는 산업에 적용하기에도 좋다. 모재에 절연성, 고내식성, 고경도 등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해 가성비를 높인 저전압표면처리 기술이기 때문이다. 플라스마 전해산화에 드는 전압은 보통 700~1천V인 데 반해 TAC는 80V면 충분하다. 전압이 90%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단가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

테크트랜스가 등록한 특허만 9개다. 이 중 출원은 8개다. 대부분 비철금속 표면처리와 전해액 배합 등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2015년 8월부터 테슬라 모터스 모델 S의 브레이크 및 액셀러레이터 페달 표면처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페달 제조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아와 친환경 알칼리성 용액으로 표면처리해 내부식성, 고광택, 강도를 높인 제품이다. 테슬라 차세대 모델인 X에도 제품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최근 중국 업체로부터 장비 수출, 친환경 전해액 공급을 통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술 협력을 토대로 추가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R&D를 통해 절연성을 향상시킨 기술을 개발, 친환경 자동차부품사업에도 진출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케이스에 TAC공법을 적용, 절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 기존 자동차 배터리 케이스는 절연 효과가 낮지만 TAC공법을 적용하면 절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테크트랜스는 TAC공법을 적용한 배터리 케이스를 통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도 선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TAC공법으로 인체 바이오용 티타늄 합금의 표면처리 기술 개발도 완료했다. 최근 인체 유해 물질인 납과 카드뮴, 수은, 크롬, 난연제와 같은 유해물질의 검출을 시험하는 RoHS검사에서 안정 판정을 받았다.

테크트랜스의 최종 목표는 우주항공 분야 진출이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회사에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한 표면처리를 독점하는 영국의 캐로라이트사(KERONITE)와 기술력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국내 표면처리업체 가운데 최초로 항공기 표면처리를 하는 것이다.

◆연구소 기업서 테슬라 협력사로

테크트랜스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이다. 직원 15명 가운데 석·박사가 9명이다.

유재용 대표이사(42)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표면처리의 한 방법인 레이저 응용그룹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살려 2011년 영남대 신소재공학과 소재실에서 창업을 했다. 표면처리 산업에서 신기술로 승부하면 되겠단 확신 덕분이었다. 실패해도 상당한 경험이 된다고 여겼다. 직원은 연구원에서 알게 된 선후배 2명뿐이었다. 유 대표는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표면처리는 대부분 영세 사업체가 많은 데다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분들인데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업체의 일을 얻어 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표면처리기술로 제품 양산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구소 기업에서 글로벌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 협력사로 성장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양산하는 게 목표라서 창업하고 2~3년간은 매출이 거의 없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도 양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경북테크노파크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겨우 경영을 유지했다. 그 와중에 기술개발에도 매진해 매년 논문을 내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기회를 잡은 것은 창업 4년차에 접어들면서다. 2014년 12월 삼성벤처투자의 눈에 들어 이듬해 3월 3억원을 지원받았다. 그해 5월에는 테슬라에 납품하는 국내업체와 표면처리 계약을 했다. 그동안 일본 업체가 맡아온 표면처리 일감을 신생업체인 테크트랜스가 얻어낸 것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표면처리를 맡으면서 삼성벤처투자에서 2차 투자 제안이 들어와 2016년 2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사무실도 커졌다. 삼성의 2차 투자를 받은 뒤 경산 진량산단에 2천380㎡(720평) 규모의 공장에 표면처리와 관련된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수억원어치에 달하는 전자주사현미경 등도 갖췄다.

경영도 안정화됐고 기술도 고지에 올라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혁신하고, 산업의 주기를 살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시장의 변화를 앞서 예상해 대비하고 신성장 산업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안주하지 않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을 많이 채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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