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 경축사에 미사일 응수…‘南北관계 위태’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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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7   |  발행일 2019-08-17 제1면   |  수정 2019-08-17
이번달에만 벌써 네번째 발사
“아랫사람들 써준 것 졸졸 읽어”
조평통은 文 향해 막말 퍼부어
대화의 끈 놓지않던 정부‘곤혹’

북한이 16일 오전 또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네번째다. 대통령이 남북 평화를 말할 때면 북한은 다음날 미사일로 화답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행태를 반복한다. 청와대는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북한이)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 후 이례적으로 북한의 연이은 발사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더 꼬이는 형국이다. ☞2·3면에 관련기사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막말을 써가며 대통령을 비하하는 담화를 발표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보수 야당은 이날 청와대를 향한 포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개발 지원을 당근책으로 제시,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북한은 광복절 경축사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우호적인 남북 관계를 바탕에 깔고 북미 비핵화 회담을 주선하려는 문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과 ‘남한 패싱’ 의도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일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근거 없는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야당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은 ‘겁먹은 개’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며 “이것이 대통령께만 한 조롱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한 조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남북대화 거부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환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가 악화돼 긴장도가 임계점을 넘게 되면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넘어 ‘핵무기’를 거론할 위험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은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제기했다가 참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면서 “보수야당은 핵 협상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정서를 외면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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