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기다렸는데”…오지않는 열차에 승객들 분통

  • 정우태,최시웅수습,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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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9 07:11  |  수정 2019-11-19 07:25  |  발행일 2019-11-19 제3면
상경 수험생 속태우는 ‘철도 사태’
20191119
18일 동대구역 대합실 전광판에 철도노조 태업을 알리는 문자가 나오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일 총파업을 예고한 한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준법투쟁(태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동대구역에서는 열차 지연, 환불 등과 관련된 시민불편이 이어졌다. 철도노조가 예고대로 총파업에 들어가면 3년전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준법투쟁 들어간 주말 동대구역
대합실 매표소 교환·환불 장사진
2016년처럼 장기파업 이어지면
교통·물류대란 악몽 되풀이 우려


◆시민불편 초래한 철도노조의 태업

지난 15일 오후 7시쯤 동대구역. 입구에는 “일부 열차가 지연될 수 있으니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태업기간 일반열차 승차권을 환불·변경·취소 시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철도노조 태업 및 파업 예고에 따른 안내’였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에다 수능 이후 수시전형 탓에 서울행 기차를 타려는 이들로 역사 내부 인파는 명절을 방불케 했다. 대합실에 마련된 의자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전광판 앞에는 지연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광판 화면에 지연 시간은 최소 4분에서 최대 58분까지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승객들은 승차권을 교환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고, 이런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주말을 맞아 본가를 가려던 김진형씨(32·부산 연제구 연산동)는 “한 시간을 기다려도 열차가 오지 않는다. 파업도 아니고 태업을 주말에 맞춰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승안내 창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세살 난 딸과 함께 나온 김영은씨(여·34)는 “포항에서 동대구를 거쳐서 경주로 가는 길이다. 예정대로라면 1시간이 채 안 걸리는데, 동대구에만 지금 40분째 발이 묶여있다. 아이도 보채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날 동대구역에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꺼내서 보기도 하고, 담소를 나눴다. 이들 대부분은 수시전형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수험생이었다. 이민지양(여·19)은 “갑작스럽게 열차가 연착돼서 기다리고 있다. 미리 도착해서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려 했는데 계획이 흐트러졌다"고 했다. 재수생인 아들과 함께 하루 일찍 서울로 가려던 양모씨(여·51)는 “예매를 일찍 해뒀는데 당황스럽다. 내일 서울에서 시험을 보고 곧바로 수원에 위치한 다른 대학교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일도 이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악 파업 재현될까

철도노조가 20일 파업에 들어가면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 감축 운행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지역 철도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인한 출퇴근 시간대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수출입업체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 철도노조와 함께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한국철도 자회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들어가 열차 내 안내, 주요 역 발권 업무 등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달 11∼14일 경고성 한시 파업을 벌였다.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은 2016년 9∼12월 74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2016년 철도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철도공사는 1천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입었고, 화물열차와 수도권 전철 운행률이 각각 50%, 80%대로 떨어져 극심한 교통혼잡과 물류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코레일 대구본부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문제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인력운영에 대한 방안과 총액임금제 준수에 관한 것이어서 공사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노조측에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파업은 절차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최시웅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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