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영남일보 문학상] 詩당선작 - 당선소감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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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2 09:19  |  수정 2020-01-02 09:30  |  발행일 2020-01-02 제32면
"천천히 행복해지는 일, 오늘을 즐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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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숙씨

뜻밖의 전화는 이런 것이었다. 똑같은 하루, 단지 오늘이 크리스마스 라는 것 외에는 라디오 채널을 바꾸지 않듯 일상은 그대로였다. 늦은 김장을 준비했다. 배추에 속을 채우고 허리가 아플 즈음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덤덤하게 전화를 했다. 축하합니다. … 그 다음 대화는 뒤죽박죽 그저 놀라고 고마웠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을 되풀이했던 질문, 진정으로 나에게 흥분된 적 있었던가! 갈수록 높아지고 어두워지는 간격 그리고 터널 같은 절벽 앞에서 아찔했던 갈등과 혼란을 번복했다. 웃는 일이 계단처럼 힘들었다. 언제부터인지 하루가 지치고 분명 걷고 있었는데 뒤돌아보면 다시 어제였다. 한 발을 내디디면 두 걸음 뒷걸음질 치고 숨 가쁘게 넘겨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종종거리는 나를 거울처럼 마주했다. 자꾸 무엇인가를 까먹고 놓치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잘살고 있는 것인가? 매일 묻고 또 물었다. 시작했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약속이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그 무렵, 도서관에서 아기들에게 정기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다. 전공과 무관한 직장을 다녔고, 내 아이들에게 못 해줬던 미안함에 시작한 책놀이 활동. 봉사하는 동안 포노 사피엔스를 자주 마주쳤다. 앞서가야 인정받는 현실 앞에서 걱정과 함께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끈이 되어 준 문전성시 동아리, 시의 공간을 안내해 준 임정일 선생님, 그리고 안방 같은 곰시 동인, 한결같은 달숨 가족, 좋은 시를 쓰라고 조언을 해주신 김산 시인님, 중대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지도 교수님과 문우님, 모두 고마운 나의 스승이자 은인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다고 집안일에 소홀해도 묵묵히 기다려준 사랑하는 남편과 듬직한 아들, 고마운 딸에게 오늘의 선물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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