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수상작 하재연 시인 시집 ‘우주적인 안녕’

  • 인터넷뉴스부
  • |
  • 입력 2020-01-02 09:00  |  수정 2020-01-02 09:08  |  발행일 2020-01-02 제29면


2019122601000036100002821
이명미 作
2019122601000036100002822

빛에 관한 연구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 촛불의 빛은 어떻게 되는지

일요일의 흰빛이 월요일 쪽으로 사라져갈 때



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돌고 있는 밤을 생각한다.

지구는 그때부터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지겠지.

굿바이,

하고 인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말로 우주적인 회전을 하게 될 것이다.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

그도 빛과 함께 사라져서,

우주적인 안녕을 해야만 했고



나는 다시

먼지처럼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가,

쓱 닦이곤 했다.



흘러넘쳤던 빛의 입자들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다 생각난 듯 한 번 반짝였다.



그러고 나서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음이 되어

세계의 투명한 공기를 짙게 한다.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에 촛불이 어떻게 되는지"―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하재연 시인은

1975년생. 2002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는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이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