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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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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관한 연구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 촛불의 빛은 어떻게 되는지
일요일의 흰빛이 월요일 쪽으로 사라져갈 때
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돌고 있는 밤을 생각한다.
지구는 그때부터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지겠지.
굿바이,
하고 인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말로 우주적인 회전을 하게 될 것이다.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
그도 빛과 함께 사라져서,
우주적인 안녕을 해야만 했고
나는 다시
먼지처럼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가,
쓱 닦이곤 했다.
흘러넘쳤던 빛의 입자들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다 생각난 듯 한 번 반짝였다.
그러고 나서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음이 되어
세계의 투명한 공기를 짙게 한다.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에 촛불이 어떻게 되는지"―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하재연 시인은
1975년생. 2002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는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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