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영남일보 문학상] 詩당선작 - 심사평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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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2   |  발행일 2020-01-02 제32면   |  수정 2020-01-02
"변화해 가는 신인류의 모습 경쾌하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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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올라온 열두 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시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고독과 상처, 상실과 죽음이야 시의 오랜 주제이지만, 올해 투고작들에서는 유난히 어떤 활력이나 전망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 안타까움 속에서 마지막까지 숙고의 대상이 된 시들은 '어떤 계단' '테트리스' '수중기도' '포노 사피엔스' 등이었다. 그 중 두 작품을 놓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좀 더 토론이 이어졌다.

'어떤 계단' 외 2편은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집중력이 돋보였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그의 시들은 안전해 보이는 계단이 감추고 있는 위험이나 지방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묘사함으로써 문명의 그림자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그러나 타당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동어반복이 많고 시어가 산만하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포노 사피엔스' 외 2편은 간결한 언어의 배치와 행간의 여백을 통해 시적 함축성은 높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의 시들은 서정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스마트폰에 의해 변화해가는 신인류의 모습이나 현대인의 단절된 관계와 불안의 심리를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보여줌으로써 자기만의 '명랑한 우울'을 창조해낸다. 다만, 포노 사피엔스에 대한 평면적인 나열을 넘어 좀 더 심층적인 인식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미안해요 아스피린' '공공 터널' 등 다른 투고작들의 수준이 고른 편이어서 믿음이 갔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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