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심사평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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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2 09:04  |  수정 2020-01-02 09:10  |  발행일 2020-01-02 제31면
SF와 판타지의 약진…균형있는 연결은 아쉬워


권지예

총 225편의 응모작 중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8편이었다. 지난해보다 응모 편수가 늘고 작품 간 편차가 줄어들었으며 소재 또한 다양해졌다. 내용과 형식은 SF와 판타지, 그리고 리얼리즘의 두 갈래로 분류함직했다.

SF와 판타지의 약진은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잔혹한 현실에서 인간을 구해주는 유일한 길인 환상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과감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환상 혹은 공상과 현실을 균형 있게 연결하는 솜씨가 부족한 원고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한편 리얼리즘 형식을 취한 작품들은 젊은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토로하는데 엽기적인 소재나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었다.

'텔로미어' '친애하는 k의,' 그리고 '마지막 조련사'가 논의의 대상으로 남았다.

'텔로미어'는 지구 재난 후 디스토피아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주는 '그곳'을 열망하는 이야기다. 공상과 현실의 연결성을 얼마나 세련되고 유의미하게 해결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공상에 비해 '복권'이라는 연결물이 너무 누추하고, 단편으로 담기에는 이야기의 부피가 커서 아이디어의 나열에 그쳐 버렸다.

'친애하는 k의,'는 '이방인'을 연상시키는 첫 문장과 초반부의 빠른 전개가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문장이 이야기의 긴장을 흐트러뜨렸고, 주인공과 k의 유사성과 k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것이 명확지 않아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불분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마지막 조련사'는 상상의 동물 '아득'과 독일인 조련사 '하이너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지난해 강한 경향성을 드러낸 디아스포라(Diaspora)의 연장선상에서 국경을 넘어선 세계 간의 조우를 그려냈다. '아득'은 이름 그대로 아득한 존재다. 작중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곰이나 코끼리처럼 거대한 동물로도, 설화 속의 기린이나 용 같은 환상으로도,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해석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마지막 조련사'의 장점이자 약점이라 할 만하지만, 최종 판단은 그 모호함을 가려보는 독자들의 혜안에 맡기고, 문장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안정적이며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마지막 조련사'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새롭거나 다르거나. 신춘문예의 과제는 변화와 혼란의 시대에 직면한 소설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득'만큼이나 거대한 질문 앞에 마주서게 된 당선자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내며, 응모자들 모두의 용맹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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