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미드웨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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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3   |  발행일 2020-01-03 제42면   |  수정 2020-01-03
진주만 공습으로 기세등등해진 일본 침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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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은 미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선전포고 없이 진주만을 선제 공격한다. 이 공습으로 미군은 정박해 있던 7척의 전함 가운데 5척이 격침되고, 200여 대의 항공기가 파괴되었으며, 2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일본이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고 자축할 만하다. 이번 작전을 총 지휘한 건 일본 해군 제독 야마모토다. 하지만 그는 환호하는 참모들 사이에서 무겁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과거 주미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눈으로 직접 확인한 미국의 산업 생산력과 기술력, 그리고 경제력 때문이다. 그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잠자는 거인을 깨우고 결기를 불어넣었다" 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이유다. 어쩔 수 없이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했지만 승리를 확신할 수 없기에 줄곧 전쟁을 반대해왔던 그다.

공격 당한 美 참전으로 전세계 역사 바꾼 대전
공중과 해상 넘나드는 긴박하고 압도적 볼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야마모토의 우려는 현실이 된다. 이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영화 '미드웨이'는 진주만 공습 후 기세등등하던 일본을 침몰시키며 전쟁의 판도를 뒤바꿔버린 미드웨이 해전을 다뤘다. '2012' '투모로우' '인디펜던스 데이' 등을 연출한 재난영화의 귀재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이번엔 드라마틱 했던 당시의 전쟁사를 소환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의미했던 처절한 역사의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진주만 공습으로 당황한 미국은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체스터 니미츠(우디 해럴슨)를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으로 발탁한다. 현대전의 승패는 정보에 달렸음을 잘 알고 있는 니미츠는 부임하자마자 일본의 다음 타깃이 어디일지를 알아내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과거 진주만 공습을 예견한 정보 장교 에드윈 레이턴(패트릭 윌슨)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 레이턴은 얼마 후 일본군의 암호에 자주 등장하는 AF 암호를 포착한다. 이 암호가 미드웨이라고 확신한 레이턴은 이를 즉각 니미츠에게 보고하고, 일본군을 역습할 기회로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유능한 폭격기 조종사 딕 베스트(에드 스크레인)의 눈부신 활약과 지미 둘리틀 중령(애런 에크하트)이 지휘하는 도쿄 공습이 감행된다.

사실 진주만 공습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미군의 화력은 일본에 비해 열세였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야마모토 제독이 이왕 전쟁을 할 거라면 선제 공격만이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미드웨이 해전의 승리는 연합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기를 잡게 되는 변곡점이 된다.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중립을 깨고 참전함으로써 그간 수세에 몰린 연합군은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게 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20년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스펙터클하고 압도적인 액션과 볼거리가 러닝타임 내내 공중과 해상을 넘나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숨이 멎을 만큼 생생하고 사실적이어서 전쟁의 참상과 공포가 절로 밀려온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영화는 기적의 승리를 일궈낸 평범한 영웅들의 모습도 잊지 않는데, 팩트에 기반한 실존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철저한 역사 고증과 CG의 완벽함이 유난히 돋보인 작품이다. (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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