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때도 동선 철저히…공고 실습 2명씩 교대

  • 최미애,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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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1 07:19  |  수정 2020-05-21 08:39  |  발행일 2020-05-21 제3면
'코로나 휴교' 80일 만에…대구 高3 첫 등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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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인사 나누고//고3 등교수업 첫날인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오성고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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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급식 먹고//대구 수성구 오성고 학생들이 칸막이를 한 급식실에서 자리를 한 칸씩 띄어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고3 학생 등교 수업 첫날인 20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찾은 대륜고와 대구공고. 학생과 교사들 모두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이 가신 건 아니지만 첫 등교에 다소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각종 수칙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1교시에 교내생활 매뉴얼 알려
그룹별로 시차 두고 점심식사
공기청정기 대신 순환기 가동

학생들 "걱정은 많지만 즐거워"
교사 "다함께 잘해보자" 독려


◆이전과 다른 학교생활

20일 오전 7시40분 대구 수성구 대륜고 건물 앞. 마스크를 쓴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1m 이상 거리를 띄우느라 줄은 언덕 아래 교문까지 100m가량 이어졌다. 이날 대륜고는 등교 시간을 7시50분부터 8시5분까지로 통제하고, 고3 학생 353명의 발열 여부를 검사했다. 학생들은 한명씩 열화상카메라 앞에 2~3초간 멈추고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어야만 교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교사들은 "오랜만이다""학교에서 보니 좋다"라며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간혹 체온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열화상카메라가 오류를 일으켜 예정시간을 조금 넘긴 8시15분쯤 등교가 완료됐다.

대륜고 교정을 가장 먼저 밟은 김민호군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니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학교에 다시 나오니 즐겁다"며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은 많지 않지만, 여름이 다가오는데 에어컨을 제대로 켤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1교시는 보건교사의 '학교생활 매뉴얼'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됐다. 교내 방송을 통해 등교 전, 교내에서, 하교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과 주의사항이 흘러나왔다. 이 학교 보건교사는 "선생님들도 처음이라 어려운 점이 많다. 모두 다함께 잘해보자"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이날 수업은 학생들의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실별로 인원을 통제하면서 진행됐다. 특히 이동 수업의 경우 평소라면 학생들이 스스로 교실을 찾아갔지만, 이날은 담당 교사가 반을 돌며 해당 학생을 불러내 교실로 데려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한 반 적정 수용인원을 28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한 수업은 과학실 등 비교적 공간이 넓은 교실에서 열렸다.

화장실을 갈 때도 학생들의 동선은 철저히 통제됐다. 화장실을 가려는 학생은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시간에도 교사의 허락을 받아 복도에 대기 중인 교사 인솔 아래 이동했다. 화장실 앞에서도 바닥에 1m 간격으로 붙은 노란색 테이프에 맞춰 기다리다가 빈 자리가 나면 입장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식사를 하게 했다. 1~4반, 8~11반 학생이 먼저 식사하고 이들의 식사가 끝나갈 때쯤 시차를 두고 나머지 반 학생들이 식당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이동할 때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일렬로 줄세워 파악한 다음 움직였다. 배식을 기다리는 동안 좀처럼 거리 유지가 되지 않자 교사들은 거리를 띄우도록 지도했다.

한 학생은 "말없이 밥만 먹고 나왔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고 점심시간에도 줄 서서 기다려 음식을 받고 먹은 뒤에도 한참 기다렸다가 같이 움직여야 하니 갑갑하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앞으로 등교가 슬쩍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를 둔 실습

같은 날 오후 2시쯤 대구공고. 실습 수업이 주를 이루는 특성화고 특성상 이 학교 고3 학생 329명은 대면 수업을 기다려 왔다. 이날 학생 1명은 등교 전 자가진단 과정에서 증상이 있어 등교하지 않았다.

첫 등교일인 만큼 본격적인 실습에 앞서 수업은 이론 위주로 진행했다. 이날 일부 학생은 실습에 참여했다. 취재진이 찾은 전기과 실습실에선 '거리두기'를 하면서 실습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34㎡(약 40평) 규모의 실습실에 6~7명이 사용했다. 이날은 학생 간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2명만 실습에 참여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은 당분간 교대로 실습에 참여하게 된다. 이 교실에선 공기순환기를 가동하고 있었고, 학생이 사용하는 책상마다 공기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후드도 작동시켰다. 이전에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기청정기를 교실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기과의 실습실도 평소에는 24명의 학생이 사용해왔지만, 학생간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절반의 학생이 사용하게 된다. 교실 중앙에 배치된 도면회로도를 그리기 위한 테이블도 2명이 아닌 1명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동차 기계과의 실습실도 코로나19 이전보다는 학생 간 거리를 둔 상태에서 실습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기계와 기계 사이 공간이 좁은 곳은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등교 수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구공고 학생들은 숨 고를 틈 없는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됐다. 오는 7월 중에는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이 치르는 자격증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다음 주부터 고3 외에 다른 학년이 등교하게 되면, 취업이 급한 고3을 중심으로 실습 수업을 한다는 게 대구공고의 방침이다.

원상수 대구공고 산학협력부장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구글 클래스룸 등을 이용해 이론 수업은 쌍방향으로 어느 정도 해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실습 수업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바빠질 것 같다. 기업체에서 진행되는 현장학습도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에서 진행하는 현장학습은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실습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전보다 지켜야 할 수칙이 많아진 만큼 우려도 있었다.

나재혁군은 "등교 이전부터 선생님과 온라인으로도 상담을 어느 정도 하긴 했지만 대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제 좀 더 편하게 선생님과 취업 준비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서 좋다"고 말했다.

유준안군은 "실습을 오랜 기간 하지 못하다보니 감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런 점이 해소되게 됐다. 다만 이전보다 위생 관리에 신경써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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