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임차기간 끝나 보증금 공탁했는데 물건 적치땐 손배 책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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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1   |  발행일 2020-07-01 제16면   |  수정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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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기간이 끝나고 임대인이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공탁까지 했는데도, 임차인이 임차건물에 물건을 놔둔 채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020년 5월14일 선고 2019다252042 판결)

사례를 보면, A학원이 건물 내 식당을 B사에 임대했는데, 기간이 만료된 것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지 및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의 통지를 한 후 임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한 돈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나 B사가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식탁이나 집기류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을 계속 점유하자, A학원은 식당건물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점유기간 동안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그런데 1·2심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식당건물을 A학원에 인도할 의무는 인정했지만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법원도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했으나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거나 수익을 얻은 것이 없다면, 임대인에게 손해가 생겨도 임차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보고, 심지어 "임차인의 사정으로 임차건물 부분을 사용·수익하지 못했거나 임차인이 자신의 시설물을 반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대판 98다8554)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데, 임대인의 적법한 보증금 변제공탁으로 인해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음에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며 "B사가 식당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없는 한 변제공탁의 통지를 받은 다음부터 식당을 인도할 때까지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불법점유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기간 만료 후 집기류를 방치한 임차인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주류적인 태도와 달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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