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70~80년대 사고 文정부, 부동산 모면하려 천도 립서비스"

  • 이영란
  • |
  • 입력 2020-08-01   |  발행일 2020-08-01 제22면   |  수정 2020-08-01
2020072901001178200050691
의사, 기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치 입문에 대한 후회는 없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짧은 정치경력의 사람이 제3당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했던 것이 남아 있지 않느냐며 (계속 노력해서) 진정한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2012년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안철수 현상'을 다시 한번 소환하기 위해 예전과는 사뭇 다른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 중이다. '안철수의 시간'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제1 야당 미래통합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 대표를 24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그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70~80년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이 정부가 전혀 준비를 못 하고 있다"라고 통분을 터뜨렸다. 관심사인 서울시장 출마에 관해서는 '성추행에 대한 진상조사가 더 시급하다'며 말을 아꼈다.

진정한 지방분권 철학과 실행능력 없는 정부
코로나 이후 대비는 전혀 하지 않고 수도이전 주장
구시대에 갇혀 세상이 어떻게 바뀐지 모르는 증거
진보진영 조폭문화 실체 깨닫고 새로운 당 창당한 것
통합당 합당 가능성 없어…서울시장 출마 논할 때 아냐
비대면 문화 확산되는 지금이 균형발전 좋은 기회
재택근무 가능한 회사 만들면 인재 대구 안 떠날 것


▶안 대표가 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 유세 중 "문재인 후보를 뽑으면 어떤 세상이 될지 상상해 보라"며 밝혔던 내용이 적중했다며 지난해 화제가 되었다. 향후 정국을 겨냥한 '안철수의 예언'이 있다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4분의 1밖에 안 지났다. 코로나 이후에 우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그 준비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 튼튼한 나라로 올라섰지 않나. 2008년 금융위기 겪으면서 또 한 단계 계단식으로 도약했다. 이번이야말로 한 번 더 도약해서 세계 7대 강국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7대 강국은커녕 계단식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우리가 필요한 준비를 하나도 못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걱정된다."

▶여권에서 갑자기 수도 이전을 들고나왔다.
"저는 지난번 대선공약에서 이미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공약을 했다. 오히려 현 대통령은 공약을 안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공약만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금보다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 문제는 지금 이것을 꺼낸 이유가 굉장히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부동산 때문에 민심이 이반되니까 그것을 모면하고자 한 것이다. 동기가 불순하고 실행능력이 없이 추진하다 보면 이 소중한 기회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천도라면 청와대·국회 옮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현 정부가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 진정한 의미의 철학과 확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재정에 대한 권한, 제도적인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지방 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위해서 주체적으로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고 단순히 중앙정부만 옮겨가겠다고 립 서비스만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그러고 보니 균형발전은 안 대표 대선 출마의 중요 공약이기도 했다.
"지금은 역설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의 좋은 기회다. 왜냐하면 코로나 와중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언택트' 아닌가. 비대면 문화나 업무관행과 관련한 여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균형발전의 좋은 기회라고 본다. 최근 대구에 가서 ICT업체와 간담회를 했다. 지역 업체는 '인재를 키워도 서울로 빠져나간다. 인재가 대구로 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이 좋은 기회인 것이 재택근무가 정말로 가능한 회사가 된다면 구태여 고향을 떠나서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자녀교육 등으로 서울로 가고 싶은 경우도 대구의 직원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좋은 예가 미국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집값이 오르기만 하는 곳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월세가 10% 이상 내리고 있다. 굉장히 놀랄 만한 일이다. 모두 재택이 가능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도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천도를 꺼내다니. 정부가 옛날 70~80년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는 증거다."

▶문재인정부 하에서 진보 진영의 도덕성 문제가 유독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한때 같은 진영에 있었는데 당시는 이 문제를 느끼지 못했나.
"우선은 그 진영에 속했다기보다 그것을 개혁하러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실체를 알게 되었다. '이것은 바꿀 수 없다.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와서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이다."

▶도덕성 문제였나 아니면 더 복합적인 문제를 보았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조폭 문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저 우리 편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을 했다 해도 우리 편은 괜찮은 거다. 상대방의 옳은 것까지 잘못된 것으로 왜곡을 시키는 마인드가 있다. 같이 고생했으니 챙겨줘야지 한다. 그래서 마치 국민 세금을 자기 돈처럼 그 사람들 먹여 살리는데 쓰는 마인드가 팽배해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늦게 입국했다. 오랫동안 국내 상황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독일로 떠난 이유가 현실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다음이다. 현실정치에서 물러난 사람이 현 상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독일·미국서 고민했던 부분이 '현실정치 복귀가 맞는 선택인가'였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썼다. 작년 12월 책을 끝내면서 복귀 결심을 했다. 대부분 나라는 모두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거만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없어져도 좋으니 이 말,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귀국했다."

▶그래서 당 운영은 미래로 나가는 운영을 하고 있나.
"야권이 다 어렵지 않나. 야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국민에게 다시 관심을 받고 신뢰를 회복하고 저변을 넓히는 일 아닌가. 저희를 포함한 야권에 속하는 정당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 국민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의제와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둘째 공정과 도덕면에서 스스로 고치고 모범을 보이면서 지금 정부 여당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이런 것들을 국민과 열심히 소통해야 한다. 저희 당이 인적 수는 적지만 저희가 내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 그래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훨씬 더 관심을 얻을 것이다."

▶야권통합 내지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은 생각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저는 가능성 없다. 야권이 살아날 길을 찾는 것이다. 정부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장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통합당에서도 후보로 거론되는데.
"원래 정치권에서 언론과 주고받는 형태는 어떤 실질적인 움직임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불행한 서울시 사태를 보면 진실규명이 먼저 필요하지 않나. 이 문제 해결하는 것에 정치권이 나서는 것이 맞지,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4월인데 그것을 의논할 때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의사, 기업 CEO,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정치 입문에 대한 후회는 없나.
"아니다. 저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제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일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평가하든, 않든 그 짧은 정치경력의 사람이 제3당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했던 것이 남아 있지 않나. 또 제가 좋은 사람이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점은 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나.
"소신을 지키고 당장 정치적으로 손해가 나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했던 사람, 그리고 진정한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다. 몇 사람이 말했지 않나. '새 시대의 맏형인지 알았는데 구시대의 막내였다'고. 아직도 새 시대를 열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안철수 대표

△1962년 부산출생 △서울대 대학원 의학 박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공학 석사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AhnLab 이사회 의장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제19·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국민의당 대표


정치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