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17> 포항 최북단 오지마을에 위치한 '도등기 산장'

  • 박종진
  • |
  • 입력 2020-09-21   |  발행일 2020-09-21 제12면   |  수정 2021-06-23 18:07
고즈넉한 산골 산장서 즐기는 다양한 닭백숙 요리 '기운 쑥쑥'

포항 최북단에는 해안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은 명소가 있다. 포항 12경 중 하나인 하옥계곡이다. 하옥계곡은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져 물놀이는 물론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특히 계곡을 따라 늘어선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빚어낸 풍광은 신비스러우면서 경이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또 유명한 산과 계곡에 비해 찾는 이들이 적어 호젓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9편에서는 하옥계곡 주변의 둘러볼 만한 카페와 식당을 소개한다.

2020092101000736400029011
포항 최북단 죽장면 하옥리 산골에 위치한 도등기마을은 한때 16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뤘으나 현재는 산장 한 채만 남아 있다.

이왕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계곡 여행을 계획했다면 오지마을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하옥계곡 인근에는 꽤 이름난 산골마을이 있다. 북쪽으로 청송군 부동면, 영덕군 달산면과 등을 맞대고 있는 도등기마을이다. 지금은 산장 하나만 남아 마을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고즈넉한 산골의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액티비티한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험준한 길을 통과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트레킹을 하기에도 좋다. 특히 산장에서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식도락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포항에서 하옥계곡과 도등기마을로 가려면 먼저 상옥리로 향해야 한다. 기계면에서 기북을 통해 상옥리로 진입하거나 청하면에서 유계리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상옥리부터 하옥으로 가는 길은 중앙선이 없는 도로다. 오지 탐험의 시작인 셈이다. 길을 따라 한참을 내달리면 포항학생야영장이 나오고, 하옥마을회관 앞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곧장 가면 하옥계곡, 왼쪽편 길로 들어서면 도등기마을로 이어진다.

마을로 향하는 길은 험하다. 좁고 비탈져 차량 한대가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비포장길이 더러있고, 고부랑길도 많아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승용차량보단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방목해서 키우는 닭 무리가 시야에 들어오면 마을 어귀다. 뒷산을 병풍처럼 두른 채 서있는 산장은 정겨운 모습이다. 기와지붕과 흙담이 자연과 어우러져 보는 이에게 안락함을 선사한다.

돌계단을 올라 정문으로 들어가면 내부공간이 꽤 넓직하다.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지만 천장에 대들보와 서까래를 노출해 산장의 느낌을 살렸다. 이런 오지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까닭은 아마 자연이 좋아서가 아닐까.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주인장인 장명숙씨는 2005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요양을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도등기마을은 남편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후 3년만에 산장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오랜 기간 요식업에 종사했던 장씨의 손맛은 남달랐다. 오지마을이란 위치적 특성과 웰빙 음식이 유행하면서 산장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 여러 방송국에서 찾아와 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였다. 평온한 산장에 갑자기 시련이 찾아온 건 2014년의 일이다. 화마가 초가 3채와 기와집, 방갈로를 집어 삼켰다. 현재 산장은 화재 이후 새로 조성한 건물이다.

2020092101000736400029012
도등기산장의 대표메뉴인 옻닭백숙. 노란색 국물이 식욕을 자극한다.
2020092101000736400029013
표고버섯을 넣은 된장찌개와 곁들이는 반찬.

한 차례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음식 맛은 그대로다. 이곳의 주메뉴는 닭백숙. 한방백숙과 옻닭백숙 외에 오골계 백숙과 흑염소 요리도 준비돼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는 모두 마을 주변에서 구한다. 음나무와 블루베리 농장이 따로 있고, 표고·목이버섯 등도 직접 키운다. 옻나무 역시 매년 겨울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를 잘라 정성껏 말린다.

차림상을 받아들면 건강함이 물씬 풍긴다. 양도 푸짐하다. 양파·부추무침과 음나무·초피잎·표고버섯 장아찌, 블루베리 샐러드 등 곁들이는 반찬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넉넉한 산골 인심이다.

진한 노란색의 옻나무 국물은 식욕을 자극한다. 닭고기도 예상외로 부드럽다. 풍채 좋은 다 자란 닭이면서도 전혀 질기지 않다. 느끼함을 잡아주는데는 장아찌류와 블루베리 샐러드가 제격이다. 특히 표고버섯 장아찌는 짜지않고 감칠맛을 낸다. 집된장의 깊은 맛을 고스란히 품은 표고버섯 된장찌개도 예사롭지 않은 맛이다. 담백하면서 구수한 풍미가 난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죽장로2827번길 219. 매주 금·토·일 운영. 월~목 단체손님 예약 방문 가능.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자연의 건강함을 품은 산골식당. 산속 한가운데서 신선한 재료가 가득 담긴 밥상을 받아들면 험준한 길을 건너온 보람이 느껴진다.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 서비스 ★★★★ 위생 ★★★★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