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덕군에 준 原電(원전) 지원금 도로 달라는 비상식적인 정부

  • 논설실
  • |
  • 입력 2021-05-14   |  발행일 2021-05-14 제23면   |  수정 2021-05-14 07:16

정부가 경북 영덕군에 줬던 원전 특별지원금을 도로 회수하려고 하자 영덕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는 영덕군의 천지 원전 1·2호기 유치 대가로 2014년부터 특별지원금 380억 원을 세 차례 나눠 지급했다. 그런데 산업부는 지난 3월 말 원전 건설 예정지에 대한 지정 고시를 철회하고, 4월 말 지원금 회수 통보 공문을 영덕군에 내려보냈다. 회수금은 특별지원금 380억 원과 그간 발생한 이자 28억 원을 합쳐 408억 원이다. 산업부는 공문에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상 '주변 지역'에 해당하지 않아 특별지원금 지원의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현 정부가 원자력 건설 방침을 폐기, 영덕에 건설 예정이던 천지 원전 1호기와 2호기 건설도 하지 않게 됐다는 통보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영덕에 짓지 않게 됐으니 원전 특별지원금도 줄 이유가 없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덕군과 원전 예정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원전 수용 이후 지난 10여년간 해당 지역 토지 등 사유 재산권이 꽁꽁 묶여 있었다. 그런 재산권 침해 등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지원금은 당연히 그간 입은 피해 보상에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은 한 푼도 쓰지 않아 그대로 보관돼 있다. 영덕군의회가 그동안 주민 갈등을 이유로 사용을 반대해 온 데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우며 사용보류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원금 회수는 6월 초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부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사업 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산업부의 지원금 회수 추진에 대해 천지 원전 예정지 주민들의 입장이 매우 강경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생존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석리 주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380억 원은 뺏기면 안 된다"면서 "그 돈은 반드시 피해를 본 영덕군과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 주장이 타당하다. 정부는 "원전 수용 땐 고마워서 사탕을 줬다가 이제 마음이 바뀌었다고 다시 빼앗는 꼴"이라는 주민들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