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유럽의 한국학 붐,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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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5   |  발행일 2021-09-15 제26면   |  수정 2021-09-15 07:18
인력·콘텐츠 단순 제공 넘어
온라인 강좌·교재 해외 보급
컨소시엄형 글로벌 e스쿨 등
유럽 현지의 한국학과들 간
협력과 교류강화 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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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장

지난 10년 동안 유럽의 한국학은 커다란 붐을 겪고 있다. 20년 전 많은 한국학과들이 신입생이 부족해 폐과 위험에 직면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정말 딴 세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매년 몇천 명씩 한국학에 등록하고, 독일대학들은 지원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정원제를 도입해야 했다. 급증하는 한국학 관심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한국의 국가 위상 덕분이기도 하고, 일상적 소비상품으로 만나는 한국의 경제력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젊은 청소년에게는 K팝으로 매개되는 한국 대중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학에 대해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전문 교원과 자원이 증가하는 건 아니다. 주로 국립대학인 유럽대학들은 장기적인 전략계획에 따라 움직이기에 새로운 한국학 교수정원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4학기째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어학교육을 비롯한 학과 수업과 학생교류가 큰 난관에 봉착했다.

그럼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학 붐을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는 어떻게 유럽 한국학을 지원할 수 있을까. 우선, 기존의 교원 파견 프로그램이나 대학원생 장학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한국학의 제도적인 안착을 위한 지원과 연구프로젝트 지원, 다양한 번역 프로젝트 또한 꼭 필요하다. 유럽 현지 한국학과들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현지의 작은 한국학과들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마다 중점연구소나 전략적 거점들을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정부 기관이 새롭게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 두 개의 프로젝트가 코로나 시대에 적절히 대처하는 그 혁신성 때문에 눈에 띈다. 첫 번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지원하는 해외컨소시엄형 글로벌 e-스쿨의 하나로 2021년 가을학기에 시작되는 튀빙겐 Civis e-스쿨이다. 이는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 이어 유럽에서는 최초로 시작되는 컨소시엄이다. Civis e-스쿨은 독일 튀빙겐대를 비롯해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사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한국학과가 동등한 파트너로 참가하여 각자의 대학에서 수업을 제공하고, 파트너대학 학생들이 이를 이수함으로써 학점을 인정받는 체제다. 이를 통해 유럽 내의 한국학과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를 타 대학생들에게 제공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강점을 나누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유럽 한국학과들 간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는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상당한 예산을 투자한 10개의 국내 K-학술 확산연구소다. 이 연구소들은 온라인 강좌 및 교재를 개발하여 해외한국학 연구 및 교육을 위해 보급할 예정이다. 확산이란 개념도 그렇고 '국내 연구성과와 해외의 수요를 반영한 한국학'을 전제로 하는 것도 일방적인 공급과 수혜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해외 한국학자도 적극 참여하고 그들의 연구성과도 충분히 반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

위 두 사업은 모두 한국학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내 한국학 협력의 강화와 해외한국학과 국내한국학 간의 상호 지식 전이가 그 핵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업이 과거 단순 인력지원과 콘텐츠 제공을 넘어 해외 한국학과들과 파트너로서 연대하고 장기 발전을 위한 질적 상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10년 유럽 한국학이 기대된다.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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