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독도 파노라마(12)] 쎄시봉 가수 이장희씨의 울릉천국...도동항에 첫발 디디며 '하와이보다 몇십배 아름답다' 감탄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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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2   |  발행일 2021-10-04 제24면   |  수정 2021-10-02 18:39
울릉도 홍보대사로 활동...자랑스러운 경북도민 표창도
경상북도와 울릉군, 부지 1만7천㎡에 '울릉 천국 아트센터' 실내공연장
야외공연장·문화공간·카페테리아·산책로 등 갖춘 복합문화공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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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북면 평리마을에 있는 '울릉천국' 전경<울릉군 제공>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평리2길 207-16. 쎄시봉 가수 이장희(74) 씨가 울릉도에 마련한 보금자리이자 자신의 음악 세계를 알리는 공연장 '울릉 천국 아트센터'가 자리 잡은 주소다.


한국 포크 음악 1세대로 불리는 이장희 씨는 1970년대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주옥같은 명곡을 발표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70년대 중반 가수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홀연히 떠나 요식업, 의류업, 라디오코리아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켰다.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명망이 높던 그가 울릉도를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1996년이다. 친구 추천으로 울릉도를 방문해 도동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빼어난 자연풍광에 반했다고 한다. 원래 은퇴하고 하와이에 사는 게 꿈이었는데 울릉도는 하와이보다 몇십 배는 족히 아름답다고 할 만큼 울릉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다음 해 울릉도를 다시 찾은 그는 울릉군 북면 현포리 평리마을에 농가가 딸린 농지 3만6천여㎡를 구매했다. 이후 매년 울릉도를 찾아 2주 정도 여름휴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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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 앞에 세운 '울릉천국'이 새겨진 간판 앞에서 자작곡 '울릉도는 나의천국'을 부르는 이장희씨.<울릉군 제공>
미국과 울릉도를 오가던 그는 2004년 라디오코리아를 은퇴하고 이곳에 당시 미국에서 기르던 반려견 '라코'와 함께 찾아 더덕 농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울릉도에 터전을 잡았다. 4년간 더덕 농사를 짓던 그는 농사 대신 이곳을 울릉도 향토 수종으로 꾸며진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집 앞마당에 꽃을 심고 햇살 머금은 연못을 파고, 작은 야외 공연장을 만들었다. 비탈밭은 '마가목'과 '헛개나무'를 심었다. 또 농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는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하우스 농장도 지어 작은 산골짜기를 그야말로 천국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울릉도를 늘 반려견 '라코'와 도보로 산책하거나 등산을 하며 울릉도의 전원생활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다 2010년 울릉도를 찾은 MBC PD의 권유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고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연이어 설 특집 '쎄시봉 콘서트'에도 출연했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대중이 이장희 씨의 '울릉도 삶'을 알게 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씨는 울릉도 홍보대사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울릉도를 천국이라고 말하고 울릉도 산나물은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비의 약초라고 소개하는 등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울릉도 자랑이 대단하다. 방송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이 이장희 씨의 터전을 찾았다. 이 씨는 자신이 머무는 울릉도의 보금자리가 천국 같다고 해 '울릉 천국'이라 불렀다.


'이장희의 울릉 천국'이 유명세를 치르게 되자 2011년 10월, 이장희 씨는 울릉도를 전국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경북도민으로 표창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로부터 통기타 가수들의 콘서트를 유치해 복고문화 중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짓는 사업 제안을 받았다. 이장희 씨는 기꺼이 자신의 땅을 기증해 사업추진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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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공연장 '울릉천국 아트센터'로 가는 산책로 양쪽에 이장희씨와 반려견 라코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울릉군 제공>
경상북도와 울릉군은 총사업비 70억 원(국비 35억·도비 35억)을 들여 이곳 일대 부지 1만7천㎡에 '울릉 천국 아트센터'라는 실내공연장을 비롯해 야외공연장·문화공간·카페테리아·산책로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지난 2018년 4월 조성했다. 문화공간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풍미했던 7080 가수들의 음반, 통기타, 유명 가수 밀랍 인형 등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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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천국 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기타연주를 하고있는 이장희씨.<울릉군 제공>


야외공연장은 주변 산과 들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꾸며졌다. 실내공연장으로 쓰이는 '울릉 천국 아트센터'는 지하 1, 지상 4층에 총넓이 1천150㎡ 규모로 지어졌다. 150명이 입장 가능한 공연장과 분장실·대기실, 전시장을 갖췄다. '울릉 천국 아트센터' 옆에는 이장희 씨가 현재 사는 단층 목조건물이 있다. 이장희 씨는 그를 위해 지은 실내·외 공연장에 정기 출연하며, 울릉도에서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다시 열고 여전히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다.


김이환 〈울릉군 문화관광해설사〉
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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