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3] 포항서도 커피·바나나 재배…포항, 기온·일조시간 아열대화…커피·바나나 특산물시대 온다

  • 김기태,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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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4 07:23  |  수정 2021-10-21 07:23  |  발행일 2021-10-14 제5면
따뜻한 기후로 환경조건 최적

경북에는 전체 197개 농가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농가 수도 매년 늘고 있다. 재배 면적은 2016년 16.4㏊에서 올해 34.7㏊로 2배 이상 늘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경북에서도 아열대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다. 특히 경북은 일조 시간이 길어 아열대 재배환경이 좋은 편이다. 지역 농민들의 작물 전환과 지자체의 발 빠른 지원 등으로 미래 경북 농업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런 가운데 포항에서는 바나나와 한라봉·커피 재배 농가가 기후 변화에 따른 아열대 작물을 발 빠르게 재배해 농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은 전국에서 연평균 기온이 높은 곳에 속하면서 아열대 작물 재배를 위한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15.5℃(2019년 기상청 기상관어통계기준 전국 7위)인 데다 일조량이 많고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 제주도보다 바나나 한라봉 등의 재배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수산물과 시금치 등을 지역의 농수특산물로 내놓던 포항이 이제는 바나나 등 아열대과일을 특산물로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 발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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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내단리의 시설하우스에서 김일곤씨가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방문한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내단리의 한 시설 하우스에서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열대 지방에서나 볼 법한 커피가 포항에서 재배되는 현장이었다.

김일곤(55·경북 포항)씨의 커피 농장이다. 그는 전북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친구의 권유로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포항이 커피의 생육환경이 좋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김씨는 "포항 날씨가 좋으니까 커피 농사를 해보라고 친구가 커피나무를 선물로 줬다"며 "이후 커피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커피가 자라는 생육 환경을 연구했고 최적의 장소로 포항 기계 지역을 낙점했다"고 전했다.


기계면서 농장 운영 김일곤씨
1~6년생 커피나무 600그루 심어
원두 발아시켜 묘목재배 성공

따뜻한 기후로 환경조건 최적
연말엔 스마트팜 시스템 착공
아라비카·만델링 품종 성목준비
다양한 제품개발 6차산업 기여


그는 2019년 커피 재배를 위해 부추 재배 시설 하우스를 빌린 데 이어 이듬해 지난해 3월쯤 1~6년생 커피나무 600그루를 심었다. 김씨는 "어린나무와 다 자란 커피나무를 실험적으로 심었다. 포항 기계지역의 온도와 토질이 좋았고 기후에도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커피 재배에서 가장 어렵다는 원두를 발아시켜 묘목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커피 원두를 발아시키는 온도 등 최적의 환경을 찾아낸 것이다. 노지나 다름없는 하우스에서 1주일을 보낼 정도로 커피 재배에 열의를 다한 값진 결과였다.

성공을 거두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묘목이 모두 고사한 적이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손 쓸 틈도 없이 어린 커피나무가 얼어 죽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묘목이 열매를 맺는 자란 나무가 되기까지 6년이 걸린다"며 "비록 묘목이 고사하긴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묘목생산의 현실을 체감했으며, 시설 현대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실패를 훌훌 털어버렸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설 현대화에 나섰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근에 스마트팜 시설 시스템을 갖추고 연말쯤 시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구하기 어려운 커피 성목도 차질없이 준비해놨다. 농장에 심어진 커피나무를 화분에 옮기는 등 이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김씨는 "커피 생산에 적합한 토지를 구했고, 이 땅에 물이 잘 빠지도록 상토를 할 예정이다. 국내 기후에 맞는 아라비카 품종과 만델링 품종 등 2품종의 성목도 준비해 둔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는 커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6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커피 재배가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가치가 매우 높아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국내 커피 재배는 전북과 전남의 농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세계 기후변화로 경북도 열대작물을 키우는 데 적합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경북에서도 커피 재배가 성공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경북도와 포항시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바나나 재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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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처음 수확한 바나나를 이재철씨가 정리하고 있다. <이재철씨 제공>

"낯선 시장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성공적이었고, 재배 면적을 늘리기 위해 부지도 확보해두었습니다. 고향인 포항에서의 바나나 재배 전망은 어둡지 않고 오히려 장밋빛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이재철(55)씨는 올해 첫 수확을 하고 난 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 재배를 시작해 14개월만인 지난 6월 첫 수확의 기쁨을 누린 이씨는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아쉬워했다.

그는 "1천평 규모의 농장에 420그루를 심어 그루당 25㎏의 바나나를 수확했지만 절반 정도는 버렸다"며 "적당한 시기에 수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가 재배한 품종은 브라질 바나나로 동남아품종보다 그루당 수확량이 10㎏이 많다. 하지만 제때 수확하지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어 8천만∼1억원으로 예상했던 매출이 4천만∼5천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이재철씨 올해 바나나 첫 수확
지난해 시작 14개월만에 성공
1천평규모 농장에 420그루 심어
제때 수확 못해 많이 버렸지만
예상 매출 반토막 경험 '큰 자산'

국내 바나나 재배 농가 5곳뿐
밤 기온 잘 맞추면 성공 가능
현재 포항지역 학교에 납품


그렇지만 이씨는 "이 같은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곳은 제주 2곳, 산청·경주·포항 1곳 등 5농가 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영농 선배들이 거의 없어 스스로 배워나가야 하는 것은 애로사항이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대학 졸업후 전공(토목)과 무관하게 20여년 동안 농업용 난방기를 제작·판매사업을 한 것이 영농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이씨는 "이때 전문농업경영인을 많이 만났고, 영농을 한번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향인 포항은 시설하우스재배가 거의 없어 잘만 하면 농업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씨가 바나나 재배를 생각하게 된 것은 1980년대 국내 바나나 재배농이 전멸했지만 수요는 사과를 제치고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 척박한 땅에서도 가능하고 1년 만에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샀다. 이씨는 "바나나가 아열대 작물이지만 밤 기온만 맞춰준다면 북한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며 "야간에 15∼22℃로 해줄 수 있는지 여부가 재배의 성공조건"이라고 조언했다.

겨울철 한 달 난방비(전기)로 4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하는 이씨는 "낮 기온도 중요하지만 야간 기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범적으로 레드바나나 10그루를 심어 그루당 25㎏를 수확하는 등 포항에서 바나나 재배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아 포항지역 각급 학교에만 납품하고 있지만 앞으로 군부대와 대형 마트 등에 납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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