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4·끝] 경북도, 신소득작목 육성 지원...아열대 작물 재배 매뉴얼 보급 확대…농가간 네트워크 구축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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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1   |  발행일 2021-10-21 제5면   |  수정 2021-10-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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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도 경북지역 농가가 아열대 작물 재배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변화'였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작물 생장 환경 등 농업 제반 여건이 바뀌었고, 이에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를 짓던 과거 농업 생산량은 농민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 농법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기후 환경을 제외하면 전통적 요소보다는 AI·빅데이터와 같은 첨단 기술이 농업의 생산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5천년 역사에 단 한 번도 이 땅에서 재배된 적 없던 작물이 출하하는 시점에선 재배기술 개발 등이 더 중요해졌다.

도농업기술원, 10종 매뉴얼 개발
권역별로 온도·일사량 등 체계화
한라봉등 만감류 재배 노하우 담아
전염병 대응법도 포함 농가 만족

경북지역 강수량 적고 일조 풍부
아열대과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
스마트팜 기술 도입 등 능동 대처

경북도, 시군환경에 맞는 품종개발
농가 생산 효율성 향상에도 주력
내년엔 아열대작물 전문단지 조성
직거래 활성화 등 지원 방안 모색


◆경북형 아열대작물 재배 매뉴얼 나와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출하되는 대표적 아열대 작물로는 제주가 원산지인 감귤을 들 수 있다. 최근엔 감귤·오렌지 등의 유전자 개량을 통해 한라봉·레드향·황금향·천혜향 등 다양한 만감류가 출하되고 있다.

1월 평균 기온이 6.8℃인 제주는 학술적으로 아열대 기후로 분류돼 만감류 등의 재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경북은 지리적으로 산지가 많고 연 평균 기온이 제주와는 4℃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게 쉽지 않다.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북에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할 경우 제주에 비해 난방비가 97.4% 이상 필요해서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내륙이면 달라진다.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많아서다. 경북은 연 평균 일조 시간이 2천508시간에 달해 전남 해남(2천81시간)·남해(2천270시간) 등에 비해 길다.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도 심하다. 이 같은 특성은 경주 등 경북 동남권에서 주로 생산되는 만감류 재배에 큰 장점이 된다. 꼭지 깃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은 신라봉(한라봉)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아열대 과수 중 만감류 재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후 외에도 아열대 작물 재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도 농가의 존재다. 옆에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선배 농업인의 역할이 크다. 도내에서 만감류 재배 농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제주의 선도 농가를 통해 만감류 재배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경북도 농업기술연구원은 지난 4월 '경북 한라봉 재배기술 매뉴얼'을 발간했다. 경북 환경에 맞는 아열대 작물 재배 매뉴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원은 주요 아열대 작물 10종의 매뉴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만감류 재배여건-현황-생육특성-재배기술-병해충 관리 등으로 구성돼 있는 매뉴얼을 살펴보면, 권역별 만감류 재배 농가의 온도·일사량·재식 거리·재배 연수·토양 등을 체계화해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재배 시기별로 필요한 작목반 내부 온도 환경을 비롯해 가지치기 요령, 양분 분배법, 토양 조건 등을 설명했다. 한라봉 등 만감류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지를 판단하는 방법에서부터 묘목 식재, 정지·전정, 새순 관리·적화 등 사계절의 모든 노하우가 담겨 있다. 과수 낙과·비대, 영양 결핍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돼 있는 게 특징이다. 과수 전염병에 대한 대응법 등도 함께 설명돼 있다. 만감류 재배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농가 현장 만족도가 매우 높다.

경북도와 도 농업기술원은 앞으로 매뉴얼 보급을 확대하는 등 실제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용습 경북도 농업기술연구원장은 "경북은 강수량이 적고 일조가 풍부하다. 더불어 일교차가 커 상품성이 뛰어난 아열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며 "아열대 작물 재배에 있어서 상대적인 약점은 경북도와 각 시·군, 대학, 농가, 농업기술연구원 등이 협력해 보완하면 된다. 또 첨단 스마트팜 기술 등을 도입해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경북 아열대작물 재배 농가 지원 조례 제정

농도(農道)로 불리는 경북에선 총 197개 농가(40.5㏊)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갈수록 아열대 작물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는 반면에 그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행정적 근거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무석 경북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북도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지난 14일 제326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 도의원은 "도내 아열대 작물 재배농가의 규모가 영세하고 생산기반 시설이 미흡해 국내 환경에 맞는 품종개발 및 보급이 취약하다"면서 "이번 조례안을 계기로 단기적으로 시행됐던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전환해 소규모 분산 출하에 따른 유통 효율성 저하와 품질관리체계 미흡 등의 문제점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 4월 '경북 아열대 작물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1천462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아열대 작물 재배 도입기·정착기·확산기 등 3단계로 나눠 본격 육성에 나선다. 조례 제정과 함께 이달 중 대구경북연구원이 수행한 '기후변화 대응 경북 아열대 작물 육성 전략' 연구 용역 최종 결과보고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아열대 작물 재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경북도는 아열대 작물 재배 매뉴얼 보급 외에도 시·군별 환경에 맞는 특화작목 육성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차세대 재배농 교육 등을 실시한다. 특히 연구·개발 등 역량을 강화해 품종 개량이나 재배 매뉴얼 개발 등에 전력하고 있다. 스마트 팜 등 신농법 보급·확산을 통한 농가 생산 효율성 향상에도 방점을 찍을 방침이다.

선도 농가가 턱 없이 부족한 아열대 작물 재배의 경우 농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통합 지원이 시급하다. 이에 경북도와 도 농업기술원은 △작목 선발·개발 △농업인 교육 △아열대 작물 재배 농가 연결 △품질 규격화 및 공동 브랜드 육성 등 통합관리가 가능한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특히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 농업기술원과 대학 등 연구기관의 협력체인 '아열대 과수 발전지원단'과 가칭 '경북 아열대 과수 L-벨트'의 농업인품목연구회의 네트워킹을 구축할 방침이다.

농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유통 효율성의 향상이다. 아직 생산량·출하량이 적어 유통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농가가 출하하는 아열대 작물의 단가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내년에 아열대 작물 전문 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각 농가에서 지역의 변화하는 기후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신소득 작목 육성에 나선다면 행·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며 "소비자들도 믿고 찾을 수 있는 우리 땅에서 재배되는 신작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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