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2023년 폐지' 대구의 마지막 의경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기분"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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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2 16:11  |  수정 2022-04-12 16:16  |  발행일 2022-04-13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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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부경찰서 소속 의경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2017년 의경 감축·폐지계획이 국정과제로 확정되면서 2023년 의경 폐지가 예정됐다. 대구 내 근무하는 의경 역시 경찰청 계획에 따라 오는 6월 재배치되면서 더 이상 대구에서 의경을 볼 수 없어질 전망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의경
의무경찰(의경)은 1967년 9월 집회·시위 관리, 방범순찰 등 경찰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군대 조직이다. 부대는 집회시위 관리, 방범 순찰, 교통질서 유지관리 등을 하는 방범순찰대(방범대), 대간첩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타격대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구에는 1983년 4월7일 176명의 의경이 처음 배치됐다. 신체·체력검사, 인·적성 검사 등을 통해 공개 추첨으로 선발된 의경들은 복무기간 동안은 경찰공무원이지만, 복무를 마치면 대한민국 육군·해군 소속의 예비역 병장으로 만기전역 된다.

12일 현재 대구지역에 남은 의경은 총 92명이다. 과거 대구지역 7개의 중대에 의경들이 근무했으나, 2019년부터 동부경찰서와 북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기동1중대,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로 재배치 됐다. 현재는 남부경찰서와 수성경찰서에만 의경들이 근무하고 있다.

대구지역 의경들의 마지막 배치는 지난해로, 총 41명(1천132기~1천141기)이다. 경찰청 계획에 따라 오는 6월 대구지역에 남는 의경 23명은 희망 순으로 서울, 부산, 경기남부, 전북, 전남, 경북에 재배치 된다.

◆"의경생활, 잊지 못할 기억"
오는 6월 대구지역 의경 재배치를 앞두고 김근휘 수경과 오세민 수경이 지난 의경 생활을 회상했다.

부산이 고향인 김 수경은 127 제주해안경비단, 제주 동부 방순대에서 의경생활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대구 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 재배치돼 근무 중이다. 김 수경은 "평소 경찰이 멋져 보이기도 했고, 살면서 한 번 쯤은 경찰과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의경을 지원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오는 6월에 전역하는 오 수경은 "대구에 재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퀴어 축제 관련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다. 의경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집회 출동을 했는데, TV에서 보던 것처럼 직원 및 대원들이 협업해 교통 관리 및 집회 관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 모두 의경 폐지에 대해서는 아쉬워 했다. 오 수경은 "짧게나마 대구에서 의경 생활을 했지만, 곧 있으면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의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하니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라며 "군 생활을 하며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경찰 시스템에 대해 이전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김 수경 역시 "오는 6월부터 의경을 볼 수 없어서 약간 슬프기도 하다"며 "경찰분들과 함께 근무한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말했다.

점차 축소되는 의경의 빈자리는 현재 경찰 기동대가 맡고 있다. 기동대는 집회시위관리·민생치안·교통관리·대간첩작전수행 등 방순대 임무의 대다수를 수행하고 있다.

의경들이 사용하던 시설은 경찰 기동대 사무실이나 경찰서 사무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구경찰청 경비경호계 관계자는 "약 3년 전 경찰서 방순대에서 소대장으로 대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당시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역사 속으로 사라지니 너무 아쉽다"며 "남은 의경들도 모쪼록 의경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 하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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