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자인 사진명소 '능소화 나무 집'주인 "절단사건 전후 농약까지 뿌린 듯"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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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5 08:48  |  수정 2022-08-05 14:26  |  발행일 2022-08-08 제9면
"여름인데도 나무 아래 땅바닥에는 풀이 거의 안보여
지난 5월 발견후 신고...2명 의심했지만 조사결과 무혐의"
주민들 "엄청 예뻤는데 절단된 후 관광객들 발길 끊겨"
집 주인 "비슷한 수령의 나무 옮겨 심어 복원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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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자인면에 있는 사진 촬영 명소 '능소화 나무 집'의 능소화 나무가 절단돼 두동강 나 있다. 나무 바로 아래 땅바닥에는 풀이 거의 안보여 집주인은 농약 살포 의혹을 제기했다. 바닥 오른쪽에는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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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에서 '자인 능소화'를 검색하면 꽃이 활짝 핀 능소화 사진이 많이 나온다. 이곳이 사진촬영 명소임을 알 수 있다. (네이버 캡처)


경산시 자인면에 있는 '능소화 나무' 집 주인 김철영(50)씨는 이번 여름이 무척 낯설다.

초등학생일때부터 여름철이면 주황색 꽃을 피우던 능소화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적산가옥 담벼락 아래서 지붕까지 덮었던 능소화 나무를 누군가가 베어버렸다. 범인은 아직 잡질 못했다.

이 곳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 찍기 명소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왔던 곳이다.

김 씨는 "지난 5월 초 동네의 아는 형수님이 나무가 베어진 것 같으니 와서 보라고 전화를 해주셔 알았다. 밑동이 잘린 것을 확인하고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무를 자른 사람으로 2명을 의심했다. "우리 집안과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의심가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나무가 지난 2월쯤 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며 "자른 후 단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놔뒀고, 꽃이 피지 않은 시기엔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아 발견이 늦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건 접수 후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던 경산경찰서는 특정한 제보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사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찾아간 자인면 설총로 941번지 현장에는 잘려진 단면을 드러낸 채 능소화 나무가 두동강 나 있었다. 절단된 밑동 아래에는 톱질을 시도했던 자국도 두 곳 보였다. 윗동에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검은색 리본과 함께 비닐에 싸여 덩그러니 묶여있었다.

김씨는 나무를 절단 전후 농약을 뿌린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나무 아래 땅바닥을 보면 풀이 거의 없다. 약을 치지 않고서는 여름에 풀이 보이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무가 잘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이 집 바로 건너편 옷가게에서 만난 한 주민은 "꽃이 정말 많이 이뻤심더.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왔는지 말도 마이소. 이제는 상황이 저래 돼서 누가 찾아오겠심니꺼"라며 안타까워했다.

여름철이면 세 번 정도 피고 지는 능소화가 적산가옥과 어울려 묘한 풍경을 연출하며 10여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6~7년전부터는 사진작가들과 연인들이 많이 찾아왔다.

김 씨는 "4시간 넘게 차를 몰고 찾아왔지만 사람들이 많아 줄 서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인근 반곡지와 함께 사진 촬영 인기코스로 인스타그램에 알려져있다"고 했다.

나무를 심었던 김씨의 어머니는 최근에서야 나무가 잘린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김 씨는 "도로가 나면서 집이 3분의 1 없어지자 어머니가 직접 나무를 심어 가꿨다. 어머니는 누나가 있는 미국에 계실동안 코로나 사태가 터져 귀국을 미루다가 최근 돌아오셨는데,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는 '우야노,우야노'이렇게 말씀하셔서 착잡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2년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거주했지만 귀국후에는 인근 빌라에 세를 얻어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다. 낡은 집을 오래 비워둔 탓에 생활하기 힘든 상태인데다 잘려진 능소화로 집분위기가 흉물스럽게 변해가자 더 이상 이곳에선 모실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예전처럼 사람들이 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한다. 수령이 비슷한 능소화 나무를 옮겨 심고 싶지만 개인이 하기엔 엄두가 안난다고 했다.


자인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그 나무는 수령이 최대 50년 정도는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유지에 나무를 심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집 주인측과 충분히 논의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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