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세상 속 또 한 명의 ‘우영우’, 발달장애인 골프강사 대구대 ‘K-PACE센터’ 김기한 씨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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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0 04:25  |  수정 2022-08-22 07:24  |  발행일 2022-08-22 제14면
2015년 미국 티칭프로 라이센스취득
2016년 인도네시아 PGI 골프 대회 우승 등 실력파
경북 경산교육청 정보센터서 도서관리 지원 업무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독립적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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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발달장애인 골프강사 김기한 씨. 대구대 제공


발달장애의 일종인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에 대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프로급 골프 실력을 갖춘 발달장애인이 후배들에게 골프 가르치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대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 'K-PACE센터'에서 체육 강사로 골프 수업을 하고 있는 김기한 씨(28)가 그 주인공. 지적장애를 가진 그는 2018년 K-PACE센터에 입학해 3년 과정을 졸업하고 올해 3월부터 이 센터 후배들에게 골프 지도를 하고 있다.

김씨가 후배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게 된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중학교 때 아버지의 주재원 파견을 따라 인도네시아에 간 그는 현지에서 장애로 인한 적응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모님의 권유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자카르타 주립대학 UNJ(Universitas Negeri Jakarta) 체육학과 골프전공으로 입학해 2년간 공부했으며, 2015년 미국 티칭프로 라이센스(USGTF Certified golf Teaching Pro)를 취득했다. 또한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PGI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골프 경력을 쌓아갔다.

하지만 그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그의 부모님이 대구대 K-PACE센터를 알게 되면서이다. 골프 실력은 좋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아들에게 자립생활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구대 K-PACE센터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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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골프강사 김기한 씨는 인도네시아 PGI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바 있다. <대구대 제공>


센터 입학 초기 내성적이었던 그의 성격은 K-PACE센터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총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교우 관계가 좋아졌고, 졸업 후에는 K-PACE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페 'K-라운지'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위한 적응력을 키웠다.

김씨의 홀로서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경북 경산교육청 정보센터에서 도서관리 지원 업무를 하며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매주 1회 후배들을 만나 골프를 가르치며 세상과 소통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김기한 씨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문을 연 대구대 K-PACE센터는 미국 내셔널루이스 대학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교육프로그램 PACE(Professional Assistant Center for Education)을 도입해 만든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이다. 센터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의사소통과 사회적응, 특수교육 및 재활치료, 독립생활 훈련, 진로지도 및 직업교육 등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2023학년도 신입생 지원 자격은 발달(학습)장애인 중 만 18~25세의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서 총 모집인원은 25명이다. 원서접수 기간은 9월 5일부터 30일까지이고,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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