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빈 집이 전시공간으로…대구 수성아트피아 '수성 인사이드 49-31'展 11일 개막

  • 박주희
  • |
  • 입력 2022-10-10   |  발행일 2022-10-11 제26면   |  수정 2022-10-10 14:44
우미란
우미란 작
2022101001000269900010852
배수관 작
2022101001000269900010853
신상욱 작

방치됐던 빈집이 전시를 통해 예술공간으로 거듭난다.


수성아트피아가 2007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1일 개막하는 기획전 '수성 인사이드 49-31'展으로, 1년여 이상 비워져 있던 빈 집인 수성구 수성로 14길 49-31번지(대구 수성구 상동)에서 열린다. 지역 작가 20명이 이 빈 집에 조각, 영상, 회화, 사진, 도자기, 섬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80여 점으로 예술의 옷을 입히는 것이다.


'수성 인사이드 49-31'展이 펼쳐지는 빈 집은 대지면적 304.13㎡(92평)과 연면적 290.90㎡(88평)의 2층 주택이다. 이 빈 집은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활용될 공간으로, 수성구는 노후·공실의 주택 총 3곳을 문화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모델을 제시해 국비 25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또한 수성구는 이 빈 집이 위치한 들안길 인근 지역의 주택·원룸·상가부지 등 7곳을 확보해 예술가와 주민이 공생하는 문화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들안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명의 작가들이 빈 집을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로 풀어낸다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장소 특정적 미술은 특정한 장소를 해석하고 그 장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배치하는 미술이다.


지난 8월 중순, 파란 철 대문을 열고 빈 집에 들어섰을 때 마당에 무성한 풀과 눅눅한 기운, 거미줄, 먼지가 자욱했다. 작가들은 빈 집에 드나들며 집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로 보고, 집이 품고 있었을 다양한 서사를 각자에게 배정된 공간에 다양한 장로의 예술로 해석해 냈다. 참여 작가는 김민지(업사이클), 김상희(사진), 김채린(작곡), 배문경(영상), 배수관(조각), 배윤정(영상), 서현규(영상), 손귤(섬유), 신상욱(조각), 신성민(회화설치), 이경희(도자기설치), 우미란(설치), 윤보경(설치), 윤우진(설치), 정서온(설치), 수성구미술가협회팀(강석원, 김유경, 김외란, 최재숙, 한영수) 등 총 20명이다.


배수관은 마당에 피어있던 달맞이 꽃을 2층 발코니로 끌어올려 7m×4m 가량의 '예술작품 화단'으로 부활시켰다. 줄곧 공간과 건축의 관계를 모색해온 조각가 신상욱은 파란 철 대문을 각이 진 노란색 대문으로 리모델링했다. 또한 신성민의 손을 통해 2층 화장실이 여아의 공부방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작가 김상희는 지하실 배관이나 마당에 무성하던 잡초를 2층 부엌에 재배치해 삶의 연결성과 지속성을 시각화했다. 도자기 작가 이경희는 관람객이 잠시 머물다 갈 만한 방에 빛과 소금을 펼쳐 돌아가신 어머니의 온기를 되살렸고, 음악을 전공한 김채린은 빈 집의 소리를 헤드셋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외에도 이 마을 주민들의 모습과 마을 풍경을 스케치한 수성구미술가 협회 회원 5명과 우미란, 윤보경, 윤우진, 정서온, 손귤, 김민지 등의 작가들이 빈 집의 흔적을 개성 있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11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오픈식에는 영상 작가인 배윤정 외 2명이 빈 집의 서사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 제작한 미디어 파사드를 집 외벽에 비추며 개막을 알린다. 미디어파사드는 오는 11월15일에 한차례 더 상영된다. 전시 기간동안 부대 행사로 △주민참여프로그램(김민지, 윤우진, 신성민 작가 진행) △'작가에게 듣는다' △'큐레이터(전문가)에게 듣다'도 준비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5시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는 12월25일까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