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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이쯤 되면 심각한 '정치중독증'이고 병적인 '정권공격본능'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에 정치권이 표면적으로 정쟁을 멈추고 애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입이 근질거려 참지 못한 민주당 주요 당직자가 본색을 드러냈다. 또 정권과 대치 중인 한 방송사는 호재라도 만났다는 듯 참사 직후부터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남영희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이유는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이 돼 투입된 경찰 200명이 모두 (이태원이 있는)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이라고 했다. 뜬금없고 황당한 논리를 갖다 대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의 소통 관장을 겸하는 남영희는 '위험한 선동'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30분 만에 글을 내렸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지현도 자기 또래의 희생자가 대거 발생한 참사에 대해 "통제에 실패했다"며 다짜고짜 '정부 책임론'을 띄웠다.
윤 대통령의 뉴욕 푸념 발언에 자의적 자막을 달아 여권과 충돌했던 MBC 역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정권을 공격할 거리가 생겼다고 판단했는지 잽싸게 움직였다. MBC PD수첩은 페이스북에 공지글을 올려 '현장 목격자' '실종자 가족'과 함께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린다고 했다. PD수첩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대역 배우'를 쓰고도 시청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논란을 빚은 프로그램이다. 공지문에 "또 시작됐다" "건수 잡았다고 아주 많이 신났네" "애도라도 하고 제보를 받든지" 등의 비난 댓글이 폭주하자 '당국 대응 문제점' 대목만 슬그머니 삭제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PD수첩이 이태원 비극을 파헤칠 거라는 사실을 안 사람들의 무차별 제보를 바탕으로 MBC가 여러 가지 음모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PD수첩은 초기의 이명박 정부를 위험에 빠뜨렸던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도하며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전력을 떠올리면 지금도 윤석열 정부 초기에 정권과 충돌 중이므로 '위험한 선동'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민주당과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도 지금은 일제히 추모 분위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일제히 '정권공격본능'을 발휘하며 '위험한 선동'에 나설 태세다. 물론 정부의 사전 대책이나 사후 수습에서 미진한 점이 있다면 엄중히 비판받고 책임도 져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언론이 마구 확산시키는 일이 예상된다. 야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 이재명을 사법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슈로 이슈를 덮기 위해 '이태원 참사 정권 책임론'을 강하게 들고나올 게 확실하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태원 심야 술판' 주장처럼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정권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사법의 칼을 막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다. 정가에서 '제2의 세월호'가 거론되는 이유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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