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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망정리 주민들이 호국영웅과 유가족들에게 보낼 '호국김치'를 담다가 사진을 찍고 있다. <칠곡군 제공> |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칠곡군 석적읍 망정리의 주민들이 72년간 대한민국을 지켜온 호국영웅을 위해 '호국김치'를 담가 화제다.
지난 5일 망정리 주민들은 55일간의 328고지 전투를 기념하고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김장김치 55상자를 버무렸다. 고령의 어르신과 생업 종사자를 제외한 주민 30여명이 참여해 구슬땀을 흘렸다. 배추·고추는 마을 이장과 주민이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하는 등 재료 준비부터 손질까지 정성을 기울였다.
망정리 주민들은 △6·25 낙동강 방어선 전투 참전용사 조석현 △해병 청룡부대원으로 월남전에서 활약한 김영구 △연평도 포격 당시 즉각 대응 사격을 이끈 권준환 △이라크 파발마 작전을 성공으로 지휘한 강문호 △총상에도 운항 속도를 늦추는 등 기지를 발휘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전우의 숭고한 희생을 알리는 천안함 생존 장병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포탄에 의한 부상에도 대응 사격한 권기형 △북한 목함 지뢰로 두 발을 잃은 하재헌 △자주포 폭발로 화상을 입은 이찬호 등 주요 격전지에서 활약한 참전용사에게 김치를 보낼 예정이다.
또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며 울부짖던 '영웅 경찰관'김백겸 경사가 근무하는 이태원 지구대에도 김치를 전달한다. 이와 함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김치를 보내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그동안 망정리 주민들은 호국·보훈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남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3년째 이어오는 호국 김치 보내기 행사는 물론 지난 7월에는 십시일반으로 500만원을 모아 328고지로 향하는 등산로 2㎞ 구간에 '지겟길 탐방로'를 조성하고 등산객을 위한 쉼터와 바위에 새겨진 탄흔을 표시하는 안내판을 세웠다.
또 마을 경비로 328고지에서 희생된 국군은 물론 북한군의 넋까지 기리는 '전몰용사 위령제'를 2018년부터 5년 동안 지내왔다.
배석운 망정리 노인회장은 "망정리는 백선엽 장군과 호국 용사들의 혼이 서려 있는 호국 성지"라며 "대구지역 군부대 유치를 통해 진정한 호국 마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망정리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된 마을로 6·25 당시 치열한 고지 점령 전투가 벌어졌던 수암산 자락의 328고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망정리는 백선엽 장군이 지휘하는 328고지 국군에게 지게를 짊어지고 탄약과 주먹밥을 나르며 승리에 이바지해 '호국 마을'로 불린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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