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
부산이 조바심치고 있다. 지난달 22일 당정협의회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TK신공항) 특별법의 '연내 국회통과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대통령실 수석뿐 아니라 국방부·기재부·행안부 차관 3명이 모두 참석해 조율했다는 점에서 합의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당연히 대구에선 예타 면제와 국비 지원의 길이 열렸다며 반색했다. 반면 부산 언론은 일제히, 그리고 즉각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새로운 암초에 직면했다'는 다소 선동에 가까운 표현도 썼다.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 여론이 들끓는다고까지 했다. 지역 갈등이 우려될 정도다.
가덕신공항은 일찌감치 특별법이 통과됐음에도 진척이 더딘 상태다. 바다 매립 등의 문제로 공법 자체가 확정되지 못한 때문이다. 부산은 2030 엑스포 개최를 목표로 가덕신공항 완공 시기를 2029년으로 잡았지만 정부는 개항 시점을 2035년으로 제시했다. 이에 엑스포도 엑스포지만 TK신공항과의 노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두 신공항은 물류·여객 복합공항이라는 동일한 지향점을 갖는다. 2030년 완공 예정인 TK신공항에 선점 효과를 빼앗기는 상황이 마뜩잖은 것이다. 더 나아가 국비 분산에 따른 공사 지연을 이유로 2개 신공항이 동시 추진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TK신공항의 속도전에 똥줄이 타고 있다.
부산이 극도로 예민한 이유는 또 있다. TK신공항 특별법에 규정된 '중남부권 중추공항'(1조)과 '최대중량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3조3항) 조항 때문이다. 가덕신공항(3.5㎞)보다 더 긴 3.8㎞짜리 활주로를 조성해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하는 위상을 차지하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0.3㎞(300m)가 뭐 그리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이는 엄청난 차이다. 현재 네 개의 활주로가 조성된 인천공항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4㎞로 건설된 제3 활주로를 제외하면 모두 3.75㎞다. 인천공항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단연코 TK신공항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국회 국토위 야당 간사이자 교통법안소위 위원장인 최인호(부산 사하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K신공항의 속도전에 본격적으로 딴지를 걸 태세다. TK신공항의 무리한 추진에 대해선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고 했다. 부울경 이해와 상충하는 만큼 해당 규정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가덕신공항도 중추공항으로 추진하고, 활주로 길이도 더 늘리고, 개항시기도 앞당기시라"며 응수했다. 대구는 대구대로, 부산은 부산대로 각자 열심히 하자는 데 어느 누가 토를 달겠는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 영남권 5개 지자체를 아우르고, 종국에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수도권-영남권 양극체제로 전환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남권 단일 신공항 건설을 부산은 끝내 외면하지 않았던가. 기필코 부산 앞마당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제2 관문공항을 갖다 놓겠다는 욕심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각자도생의 생존경쟁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 차관에게 '가덕신공항이 관문공항을 지향하고 실제로 거점공항으로 돼 있는데, TK신공항이 중남부권 중추공항을 지향할 수 있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럼 TK신공항은 가덕신공항이 건설되기를 기다렸다가 착공해야 하고, 가덕신공항의 관문공항 지위를 보장해 주기 위해 동네공항 수준으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인가.
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