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구 산업계는 대내외 경제 리스크에 악전고투하면서도 '위기 속에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래산업 전환은 기업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됐다.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공급망 전선을 큰 혼돈에 빠트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류비용이 더 높아졌고 원자재 가격도 폭등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무역수지 적자 폭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대구 중소기업은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업계는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발맞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중견기업 '삼보모터스'는 기존 내연기관 부품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디딤돌로 삼았다. 달성군에 본사를 둔 국내 1위 농기계 업체 '대동'은 미래모빌리티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첨단 제조공장인 'S-Factory'를 준공하고, 내년부터 배터리 교체형 이륜차인 'e-바이크'를 양산한다.
대구형 자율주행 완성차 개발을 추진 중인 '오토노머스 에이투지(a2z)'는 대구테크노폴리스 내에 세계최초 여객·물류 통합형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자율주행 부문 국내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구심점이 확보됐다. 배터리 충전 시스템 기업 '대영채비'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무공해 전환 브랜드' 사업에 선정돼 충전시설 확충을 통한 산업 생태계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대구의 간판기업인 2차전지소재(양극재) 기업 '엘앤에프'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연 매출은 4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PHC'와 '삼익THK'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하는 '지역대표 중견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역의 날에는 10억달러 수출탑도 거머쥐었다. 엘앤에프는 니켈 함량 9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진출도 추진한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대구에서 상장사도 나왔다. 산업기계용 제품 제조기업 '대성하이텍'은 지난 8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연구개발을 통한 신산업 분야 개척의 성과다. 치과의료기기 전문기업 '마이크로엔엑스'도 최근 코넥스 에 상장했다. 대구시가 주도하는 상장 활성화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낸 셈이다.
대구의 전통 기반 산업인 섬유업계는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재활용이 가능한 리사이클 소재 및 제품을 개발에 매진한 한 해였다. 내년에도 친환경 소재는 섬유 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로 69년 전통을 자랑하던 대구 폴리에스터 섬유기업 '성안'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새 주인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초 창업주(고 박용관 회장)의 장남이자 최대주주였던 박상태 대표 등 오너 일가 8명은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기존의 지역 산업계가 미래 신산업에 융화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대응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필수적"이라며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 체질개선에 앞서 하향 국면에 접어든 지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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