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호연아, 너무 보고 싶구나"…대구 개구리소년 짝꿍 허태욱씨 울분 토로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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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6 19:34  |  수정 2023-03-26 19:42  |  발행일 2023-03-27
한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보이기도
허태욱
대구 성서 개구리소년 실종자 중 한 명과 짝궁이었던 허태욱 달성군 교통과 교통지도팀장이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하고 있다. 강승규 기자

"호연아, 너무 보고 싶구나. 그때 도롱뇽 알만 잡으러 가지 않았어도…."


허태욱(43) 대구 달성군 교통과 교통지도팀장은 여전히 친구를 못 잊고 있었다. 그는 대구 성서 '개구리소년' 5명 중 한 명이던 조호연(실종 당시 12살)군과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조군이 실종되기 1년 전 성서초등 4학년 땐 같은 반에서 단짝으로 지냈다.


인근의 와룡산에 도롱뇽 알을 잡겠다며 집을 나선 성서초등생 5명이 모두 실종됐다가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성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32년을 맞았다. 살아있다면 만 40세에서 44세의 중년이 된다. 허 팀장도 '불혹'을 넘어 '아저씨'로 불리는 나이가 됐다.


허 팀장은 매년 이맘때면 눈시울을 붉힌다. 30여 년 전 친구 호연이와 해지는 줄 모르고 놀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다. 허 팀장은 "호연이는 4학년 때 같은 반 짝꿍이었다. 5학년 올라가서도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둘도 없이 친하게 잘 지냈다"며 "착하고 조용한 편으로 내성적인 성격이 나와 비슷해 잘 맞았다. 우리 둘은 학교 운동장에서 다른 친구들과 비석치기, 오징어게임, 구슬놀이를 많이 하곤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허 팀장은 개구리소년 실종 다음날인 1991년 3월27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호연이를 비롯한 성서초등 학생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허 팀장은 당시 소식을 듣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허 팀장은 그날 수업을 마치고 무작정 5학년 친구들과 함께 와룡산에 올라가 두세 시간가량 호연이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 이후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부모 몰래 홀로 수시로 와룡산 인근을 돌며 호연이 흔적을 찾아 나섰다.


허 팀장은 "당시엔 나도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실종된 곳으로 추정된 와룡산에 가서 혹시 호연이가 떨어뜨린 구슬이나 딱지라도 찾는 것뿐이었다"며 "지금도 와룡산을 지날 때면 호연이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괴롭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사건 당시 달서구 장동에 살았던 허 팀장은 수년 전 이사했지만 여전히 그 부근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호연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탓이다. 허 팀장은 "실종 이듬해로 기억한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가 제작됐는데, 촬영지가 성서초등이었다"며 "촬영현장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전혀 증상이 없지만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결혼 후 자녀가 생기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내 쪽으로 이사를 고려했지만 실행으로는 옮기지 못했다"며 "늘 마음 한켠에는 호연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허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 호연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꾹 참아 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그리곤 고개를 떨군 채 20여 분간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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