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정치활동 재개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前대표 "TK, 총선 때마다 관심 못 끌어…신공항 이상의 어젠다 만들어내야"

  • 임호,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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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9 08:41  |  수정 2023-11-29 15:28  |  발행일 2023-03-29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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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6일 영남일보 서울본부에서 내년 총선과 향후 정치일정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서정혁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당원권 정지로 잠행을 이어오다 3·8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정치권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이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집필한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영남일보 사무실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나 전당대회 총평, 총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기현 당 대표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김기현 대표가 정상적인 집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에 올라탔고,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자기 정치 및 정책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성을 민방위에 보내겠다는 뜬금없는 말씀을 하셨다. 또 학생들 아침밥(학식) 먹는 데 갔다. 이런 행보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대중 정치인이 하는 것인데, 김 대표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대표직을 수행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뭔가 보여주려다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선을 넘는 발언을 많이 하셨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때문에 표를 너무 많이 까먹어 질 뻔했다고 하셨다. 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더 나가아 이준석 지지층과도 결별해야 한다. 또 제가 (당 대표 시절) 내놓은 어젠다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어젠다를 어떻게 내놓을지 의문이다." 

 

"총선 대구 출마설 이어지는 건

대표 정치인에 대한 시민 갈망
인재부족 TK 위계문화 더 문제
불필요하게 싸우다 젊은층 떠나
천아용인 멤버 개혁이미지 성과

김기현 정상적 집무 어려울 것
뭔가 보여주려 무리수 둘 수도
한동훈 장관 총선 출마한다면
당 위해 희생하는 지휘자 될지
당선에 집중할지 명확히 해야"


▶'천아용인'은 보수의 새로운 신호탄인가, 조직력 한계인가.

"저는 당 대표 시절부터 자발적 당원 가입을 독려했을 뿐 조직화하지 않았다. 친윤그룹은 조직력 차원을 넘어 각 지역의 구·군·시·도 의원들이 단체 문자를 계속 보내며 김 대표를 도왔다. 그렇다고 그들이 김 대표의 조직이 될 수는 없다. 천하람이란 인물은 전당대회 전에는 인지도가 낮았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대부분의 국민이 그를 알게 됐다. 컷오프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결선에 진출해 황교안 후보를 앞섰다. 나머지 3명의 후보도 컷오프를 통과했고, 모두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천하용인 멤버 모두 전당대회 결과에 만족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본다. 가장 큰 성과는 이들이 자신의 개혁 메시지(어젠다)를 일관되게 밝혀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의 정치적 동력이 될 것이다."

▶대구 출마설이 자꾸 거론되는데.

"제가 비대위원 처음 할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 쪽에서 이재오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고 난리 쳤다. 그런데 은평구을에 나갈 사람도 없고, 당원들도 반발했다. 결국 무소속으로 이재오 전 의원이 당선됐다. 저는 정치적으로 최적의 판단을 할 것이다. 저를 건들지 않는다면 노원구병에 출마한다. 변수가 생기면 그에 따라 대처할 것이다. 대구시민들 입장에선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대구 출마설은) 저에 대한 갈망이라고 본다. 대구 지역구 의원 중 상당수가 공직자 출신이다. 환갑을 앞두고 대구가 고향이거나, 초·중·고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정치를 시작하신 분들이 지역을 위해 일을 잘 할지 의문이다. 지금 대구 국회의원 중 당 대표나 대통령에 나올 거라 생각되는 사람이 없다. 홍준표 시장님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되고, 시장이 되신 것도 대구시민들의 대표 정치인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에 '윤석열의 사람들' 대거 공천될 것인가.

"우리 당에는 왜 초선 소장파 의원이 없을까.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신 의원들은 다 정치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본다. 이 부분도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한동훈 장관의 출마 가능성은.

"한동훈 장관과 굉장히 비슷한 인물이 있다. 황교안 전 대표다. 황 전 대표도 박근혜 정부에서 50대 젊은 장관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통진당 해산이란 어젠다 때문에 더 유명해졌고, 이후 총리까지 되셨다. 당시 황 전 대표는 보수에서 좋아할 만한 '신언서판'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총선에서 당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도 그렇고, 자신의 당선에 유리한 지역구에도 나가지 못했다.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황 전 대표의 길로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본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나간다면 국민의힘을 위해 희생하는 지휘자 역할을 할 것인지, 자신의 당선에만 집중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보수가 어려움 겪는 이유는 뭔가.

"보수는 인재 풀이 열화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8·19·20·21대 국회의원 명단을 보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결국 수도권 승부가 어려우니 영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또 보수정당은 여전히 1960~70년대 개념의 '협박 정치'를 하고 있다. 보수가 3당 합당 이후 경상도와 충청도를 합쳐 호남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전부다. 국민에게 공포심도 자극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이 대통령 되면 적화통일된다, 전교조가 득세한다, 경제가 망한다고 공포심을 자극했다. 대중에게 어필할 보수 비교우위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 2030세대에게 김정은은 조롱의 대상이다. 어느 누구도 북한과 전쟁했을 때 대한민국이 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걱정하는 게 '핵'일 뿐이다. 이런 위기론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전근대적 사고다."

▶대구경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안타까움이 많다. 대구경북은 갈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커 갈 수 있는 토양이 부족하다. 인재가 부족한 것보다는 위계(位階) 문화가 더 문제다. 불필요한 위계와 싸우다 지쳐 대구를 떠나는 인재들을 많이 봤다. 이것이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없다."

▶대구경북 발전에 필요한 게 뭔가.

"대구는 TK 수부(首府)도시 위상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시에 복합 쇼핑몰 건립을 얘기했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크게 호응했다. 전라도 수부 도시인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같은 측면에서 대구도 TK 수부 도시라고 하기엔 특색이 부족하다. 중앙정치에서 대구가 언급되는 사례를 보면 확실한 돌파구(어젠다)가 없다. 반면 부산은 굵직굵직한 걸 던진다. 예를 들어 바다를 메워 가덕도신공항을 짓는다고 했을 때 단순히 공항을 넘어 부산지역 건설사들이 국비로 몇십 년 동안 먹고살 거리를 만든다. '금융수도 부산'이란 어젠다를 통해 지역 결집도를 높이고 있다. TK는 신공항에만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공항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은 KTX 타면 금정터널을 통해 부산역까지 지하로 도달한다. 대구도 경부선을 지하화했다면 어땠을까. 대구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서울 경의선 숲길처럼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선 이런 문제들을 강하게 밀어붙일 정치인도 없다. 부산은 모든 선거 때마다 정치적 역동성이 크기 때문에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큰 공약을 내세운다. 반면 대구경북에는 큰 관심이 없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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