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를 찾아서] '구미 출신' 신상태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핵 보유국끼리 맞붙은 사례 있나…韓 핵무장은 핵전쟁 막자는 것"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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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3 07:31  |  수정 2023-04-13 07:31  |  발행일 2023-04-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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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재향군인회 제공〉

국제사회가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신냉전시대를 방불케 한다. 미중 패권전쟁은 갈수록 첨예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 역시 칼날처럼 날카로운 대치정국 속에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자국 이익 우선이라는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1천100만 제대 군인의 안보결사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신상태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경북 구미 출신의 그는 1952년 향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장성이 아닌 예비역 출신 후보로 회장에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대위로 전역해 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며, 한국PLA·애프디인더스트리·상원무역 등의 회장으로 있다. 신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5천만 국민의 생존을 동맹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향군을 중심으로 국민이 똘똘 뭉친다면 보다 안전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국방과 한일관계
북·중·러-한·미·일 힘의 구도
美日동맹 참여 선택 여지 없어
과거사 매여 미래 포기 안될 것
이젠 반일 아닌 극일로 나가야

직업군인 처우개선 절실
병사 월급 100만원 육박하는데
하사 173만원…소위는 178만원
군 특성상 전역 대비책 불가능
생활고 없도록 연금 배려해야

향군 조직·재정 쇄신
본부 정원 줄이고 사무실 축소
산하 업체는 구조조정 들어가
작년 영업이익률 약 5배 '껑충'
임직원 패배의식 벗고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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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호주를 방문해 참전용사를 격려하고 있다. 〈재향군인회 제공〉

■ 갈수록 커지는 국가안보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은.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년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밤낮없이 뛰다가 눈을 들어 보니 벚꽃이 피었다고나 할까."

▶최근 국가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향군인회가 국내 최대, 최고의 안보단체이다 보니 걱정도 클 듯하다.

"당연하다. 향군은 1천100만명의 제대 군인이 집결한 안보결사체다. 현역 때는 안보 제1선을 지켰고, 전역 후에는 안보2선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충만하다. 최근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을 꼽는다면 △핵무장화 △한일관계 △군처우 △군인연금 등 크게 4가지로 말할 수 있다."

▶최근 독자적 핵 무장화 이슈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 군의 무기체계는 전반적으로 북한을 압도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다른 무기들은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공격을 반대한다면, LA를 핵공격하겠다'고 북한이 위협할 때 미국이 LA를 포기하고 한국을 도와주겠는가. 궁극적으로 핵 보유는 핵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핵전쟁을 막자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끼리 핵전쟁을 한 사례가 없지 않나."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한일관계는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야 한다. 최근 국제관계에서 힘의 역학관계를 보면 북·중·러의 삼각동맹과 한·미·일의 삼각관계로 크게 구분이 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단독으로 자주국방 하는 나라는 없다. 더구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일 동맹에 한국이 함께하는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조건이다. 언제까지 80년 전 역사를 트집 잡으며 현재와 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반일이 아니라 극일로 나가야 한다."

■ 군인연금 등 처우 개선

▶군 초급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정부에 요청했다.

"요즘 초급간부들의 지원율이 저조하고, 우수인재가 초급장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 크다. 초급간부는 유사시 최전선을 담당하는 소위 창끝 전투력이다. 병사들은 대선을 한 번 치를 때마다 복무기간이 줄어들어 지금은 18개월인 반면, 초급간부의 대표격인 ROTC 학군장교는 28개월이다. 월급도 병사들이 100만원에 육박하는데 직업군인인 하사는 173만원, 소위는 178만원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초급간부에 대한 획기적 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

▶군인연금은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군인연금을 여타 연금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군인은 오직 전쟁준비만 하다가 갑자기 전역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 전역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역 후 생활준비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기 퇴직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교사들의 연금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군인연금도 큰 틀에서 개혁의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의무복무 후 대위로 전역해서 군인연금 해당자가 아닌 내 개인 입장에서 봐도 공무원연금이나 교원연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니만큼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 영업이익 5배… 뼈를 깎는 쇄신

▶재정건전성·조직쇄신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0억원이 증가한 2천200억원 정도 됐다. 그런데 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쓰인 판매 및 관리비는 전년 대비 약 100억원이 줄어든 260억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영업이익률이 2021년도 1.8%에서 2022년 8.7%로 약 5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고 해서 금년에는 더 좋은 경영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단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을 하다 보면 가장 큰 비용이 인건비다. 따라서 우선 본부만 83명 정원을 71명으로 감축했는데 여기에서 약 5억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또 사무실을 축소하고, 본회에 산하 업체의 입주를 권장한 결과 전체적으로 약 2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산하업체의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할 경우 더 큰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본다."

▶취임 1년의 성과를 정리한다면.

"첫째, 향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째, 향군의 재정위기가 바닥을 치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원년이 되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무엇보다도 모든 임직원들이 그동안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창설 70주년 행사를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른 것도 변화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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